2004년 7월25일 미국 순양함 유에스 레이크이리호에서 SM-3이 시험 발사되는 장면. 미국 해군 제공
군 당국이 사실상 ‘SM-3 요격미사일’ 구매를 요구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예상된다. SM-3는 한반도 전장 환경에 맞지 않는 탄도탄요격미사일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군 당국의 SM-3 도입 추진은 12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합동참모본부 국정감사에서 확인됐다. 김선호 합동참모본부 전력기획부장(육군 소장)은 안규백 국방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SM-3 도입을 결정했느냐’고 묻자 “2017년 9월 합동참모회의에서 소요 결정이 됐다. SM-3급으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SM-3는 적의 탄도미사일을 공중에서 맞혀 떨어뜨리는 미사일로, 해군 이지스함에서 발사된다. 미국 방산업체 레이시온이 개발한 SM-3 블록ⅠB는 요격고도가 150~500㎞이며, 미·일이 공동 개발하는 개량형 SM-3 블록ⅡA는 요격고도가 1천㎞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선호 부장은 SM-3의 역할에 대해 “케이에이엠디(KAMD,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 상층에서 적의 탄도탄을 요격하는 체계”라고 설명했다. 탄도탄이 날아오면 ‘사드’-‘엘샘’(L-SAM)-‘패트리엇’(또는 ‘엠샘’(M-SAM))의 차례로 요격하는 기존의 3중 미사일방어 구상에, SM-3를 맨 상층에 보태 4중 미사일방어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군 내부에서도 SM-3는 군사적 효용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많다. 우선 SM-3로는 남한 땅에 떨어지는 북한의 탄도탄을 막기 어렵다. 남한은 남북으로 길이가 500㎞를 넘지 않는 작은 크기여서, ‘스커드 B’(사거리 300㎞)와 ‘스커드 C’(사거리 500㎞) 등 단거리미사일이 최대 위협이다. 그러나 이들 스커드 미사일은 대부분 정점고도가 150㎞를 넘지 않는다. 최소 요격고도가 150㎞인 SM-3로는 이들 미사일을 요격할 기회도 없는 것이다. 미 국방부도 1999년 5월 의회에 보고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전역 미사일방어 구축 방안’에서 “(SM-3처럼) 함정에서 발사하는 상층방어 시스템은 최저 요격고도가 100㎞ 이상이어서 단거리미사일 방어에 취약하다. (인구와 핵심 시설이 밀집된) 남한의 북부 등 3분의 2를 방어할 수 없다”고 부정적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대신 SM-3는 일본이나 오키나와, 더 나아가 미국령 괌 방어에 더 효과적이다. 북한이 이들 지역을 타격할 때 동원할 ‘노동미사일’(사거리 1200㎞)이나 ‘화성-12형’(추정 사거리 4000~4500㎞) 등은 정점고도가 150㎞ 이상이다. 동해에 배치된 해군 이지스함에서 일본이나 괌으로 날아가는 이들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SM-3는 도입이 거론될 때마다 한국 방어가 아니라 주일미군이나 괌 기지의 미군 보호에 동원될 것이라는 의구심이 끊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SM-3의 이지스함 장착은 해군의 숙원사업이었다. 특히 해군 출신인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은 SM-3 도입에 적극적이었다. 송 전 장관은 지난해 9월 국방·행정안전·환경부 장관 합동 브리핑에서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에 SM-3 등을 도입한다든지 해서 다층방어체계 구축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합참의 SM-3 소요 제기 결정에도 송 전 장관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란 게 군 안팎의 관측이다.
그러나 SM-3 도입은 북한의 비핵화가 추진되고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최근 한반도 정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 군 당국자는 “남북 군 당국이 9월 평양공동선언의 부속합의서로 군비통제와 긴장완화 방안을 담은 군사합의서를 채택한 마당에 SM-3 도입을 추진하면 북한이 ‘도발적’이라고 받아들일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SM-3 구입이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 통상 무기 도입은 각 군과 합참에서 소요를 제기하면, 국방과학연구소(ADD)의 선행연구,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 위원장 국방부 장관)의 의결, 국방연구원(KIDA)의 사업타당성 검토, 예산 반영 등의 절차를 거친다. 현재는 선행연구까지 마친 상태이며, 이르면 이달이나 다음달쯤 방추위 안건으로 상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