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22일 산림협력 분과회담에서 연내 북쪽에 양묘장 10곳의 현대화를 추진하고 내년 3월까지 북쪽 소나무재선충 공동방제를 하기로 합의하면서, 북한의 산림 현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토의 80%가 산악지역인 북한의 산림 황폐화가 심각하다는 점은 알려져 있으나 공인된 통계는 없는 상황이다. 일단 유엔환경계획(UNEP)이 2012년 북한 국토환경보호성한테서 자료를 받아 펴낸 ‘북한 환경기후변화 전망’을 보면 2005년 기준 북쪽 삼림지(Forest land)의 면적은 892만7300㏊다. 북쪽은 이 가운데 128만4100㏊(14%)를 황폐산림으로 기술했다.
산림청 산하 산림과학원이 2008년 발표한 수치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인공위성 사진을 분석해 10년마다 공개되는 산림과학원의 최신치 발표(2008년)에서는 북쪽의 황폐산림 면적을 284만㏊로 추정했다. 이전 조사(1999년)의 163만㏊에서 74%가 늘었다. 북한 전체 산림의 32%, 서울시 면적의 47배 정도가 황폐화됐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또한 모두 추정치다. 전문가들이 남북 삼림협력을 위해서는 공동 조사와 연구가 필수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북한의 산림황폐화는 1990년대 사회주의권 붕괴와 자연재해로 인한 식량난, 에너지난, 경제난이 겹치면서 더욱 심각해진 것으로 추정된다. 농지를 만들기 위한 개간과 연료 채취를 위한 과도한 벌목에 따른 결과다. 북한은 1992년 산림법 제정, 1996년 국토환경보호부 신설, 2000년 산림자원조성 10개년계획(2001~2010년) 수립 등 산림을 회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왔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한층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이런 면에서 북쪽 김성준 국토환경보호성 산림총국 부총국장이 22일 남북 산림협력 분과회담에서 ‘불만’을 표시했을 수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연내 북쪽의 양묘장 10곳 현대화 추진 △11월 중 소나무재선충 방제 약제 제공 및 내년 3월까지 공동방제 △매해 시기별 병해충 방제 등 합의가 ‘산림 복구 전투’를 펼치는 북쪽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박종호 산림청 차장) 결과였다는 것이다. 우종수 겨레의숲 이사는 “북쪽도 기술력은 상당한 것으로 안다”며 “부족한 물자, 자재에 대한 요구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담 뒤 남북이 구체적으로 밝힌 지원 항목은 온실 투명패널과 양묘용기 등 산림기자재 생산 협력 문제 등이었다. 양묘장 현대화에는 온실, 생육환경조절시스템(자동온조조절 장치), 관수·차광시설, 묘목 보관용 저온저장고, 종자파종기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 가운데 가장 기초적인 물품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예산 문제가 있어 당장 대대적인 시설 지원을 협의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산림청이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실에 제출한 내년도 남북 산림협력 예산안을 보면 산림청은 75억원을 들여 경기 파주 지역 국유지에 대북 지원 양묘장 등을 조성할 방침이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