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DMZ) 안에서 처음으로 한국전쟁 당시 숨진 국군 유해가 발견됐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감식단)은 9·19 남북 군사합의서에서 합의한 남북공동유해발굴을 위한 지뢰제거 작업을 하던 중 24일에 화살머리고지에서 처음으로 유해를 발견했다고 25일 밝혔다. 감식단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번에 발견된 유해는 2구로 추청되는데 인식표와 M1대검과 M1탄도 등 일부 유품도 발견됐다. 유해를 발굴한 곳의 땅 위에는 허벅지뼈가, 땅 밑 20㎝ 깊이에서 갈비뼈와 두개골편이 묻혀있었다. 인식표에는 ‘대한 8810594 PAK JE KWON 육군’이라고 찍혀 있었는데, 지금까지 확인 결과 인식표의 주인은 한국전쟁 당시 국군 2사단 31연대 7중대 소속의 고 박재권 이등중사(현재 병장)으로 나타났다. 감식단은 당시 전사와 매·화장 보고서, 부대 전사자 명부 등을 통해 확인 작업을 했다고 한다.
24일 화살머리고지에서 발견된 인식표. 국방부 제공
감식단은 이 인식표가 함께 발견된 만큼 유해가 국군전사자라고 추정하고 있으나, 정확한 신원은 유전자 분석을 통해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소문 결과 고 박 이등중사의 동생 2명이 살아있는 것이 확인돼 이들의 유전자 시료를 채취해 유해와 일치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병적에는 고 박 이등중사는 1931년생으로 21살에 입대해 1년4개월 만인 1953년 7월10일 화살머리고지에서 강원 철원 내문면 하덕검리)에서 숨진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국방부는 25일 화살머리고지 현장에서 발견된 유해에 대한 태극기 관포, 약식제례를 진행한 뒤 부대 내 임시 봉안소에 유해를 안치할 방침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박재권 대한육군 이등중사가 전사한 지 65년 만에 우리에게 돌아왔다. 이제야 그의 머리맡에 소주 한잔이라도 올릴 수 있게 됐다”며 “다시는 이 땅에 전사자가 생기는 일도, 65년이 지나서야 유해를 찾아 나서는 일도 없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화살머리고지는 한국전쟁 당시 남북이 치열하게 붙었던 ‘철의 삼각지’ 전투지역 중 하나로, 1951년11월부터 1953년7월까지 국군 2·9사단과 미군2사단, 프랑스대대와 중공군이 전투를 벌였던 곳이다. 이 지역에는 국군 유해 200구를 비롯해 미군·프랑스군 전사자 100여명, 북한군과 중공군의 유해도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번에 발견된 유해는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에서 약속한 남북공동유해발굴 추진 지역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것이라고 감식단은 설명했다. 남북은 9·19 군사합의에 따라 내년 4월1일부터 10월31일까지 강원도 철원의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남북공동유해발굴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남북은 사전 작업으로 지난 1일부터 11월30일까지 화살머리고지일대에서 지뢰와 폭발물을 제거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24일까지는 이 지역에서 지뢰14발, 폭발물 187발, M1소총 및 대검 등 모두 1252점이 발견됐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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