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0차 한-미 안보협의회의를 위해 30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한국전 기념공원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한-미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에 앞서 내년부터 한국군 주도의 연합작전 수행능력을 평가하는 절차에 들어가기로 했다. 2014년 이른바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에 합의한 뒤 사실상 ‘멈춤’ 상태에 있던 논의가 ‘출발’ 상태로 전환하는 셈이다. 한-미는 전작권 전환 뒤에도 주한미군을 유지하되 한국군의 지휘를 받는 연합사령부를 창설하기로 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31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제50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를 열어 이런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연합방위지침 등 관련 문서에 서명했다. 한-미가 전작권 전환에 따른 연합지휘체계 개편 방안을 문서로 명시하기는 처음이다.
한-미는 이번 회의에서 전작권 전환에 앞서 내년부터 한국군의 기본운용능력(IOC) 평가에 들어가기로 했다. 한국군 주도의 연합작전 수행능력에 대한 사전평가를 생략하고, 본격적인 검증 절차로 들어가는 셈이다. 전작권 전환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검증 절차는 1단계 기본운용능력 평가에 이어 완전운용능력(FOC) 평가, 완전임무수행능력(FMC) 평가 등 3단계로 구성돼 있다.
검증 절차를 마무리하는 목표 시점은 제시하지 않았다. 일각에선 내년까지 기본운용능력 평가를 마친 뒤 1년 단위로 후속 단계를 통과하면 2021년까지 전작권 전환을 위한 검증 절차가 마무리될 수 있다고 관측한다. 그렇게 되면 2022년 5월 끝나는 문재인 정부 임기 안에 전작권 전환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검증 완료가 곧바로 전작권 전환을 의미하진 않는다. 한-미는 2014년 제46차 회의에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원칙에 합의하면서 △한-미 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군의 핵심군사능력 확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국군의 초기 필수대응능력 구비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지역 안보환경 관리 등 세가지 조건을 못박았다. 한국군이 군사적 능력을 충족하더라도 한반도 및 지역 안보환경 평가에서 발목이 잡힐 수 있다. 국방부 당국자는 “세번째 조건은 현재 진행 중인 비핵화 협상과 연결돼 있다”며 “그 조건까지 달성되면 전작권 전환 시기를 본격적으로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는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 주도의 연합지휘구조 편성에도 합의했다. 지금의 한미연합사와 비슷한 형태의 연합군사령부를 창설하되 한국군 대장이 사령관을, 미군 대장이 부사령관을 맡는 방안이다. 미군 대장이 사령관, 한국군 대장이 부사령관을 맡고 있는 한미연합사 구조가 한국군 주도로 바뀌는 것이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다른 나라의 지휘를 받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한-미는 전작권 전환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고려해 연합방위를 재확인한 연합방위지침에도 서명했다. 8개항의 연합방위지침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주한미군이 전작권 전환 뒤에도 주둔하고, 미국은 계속 확장억제력을 제공한다는 공약을 담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전작권 전환 문제가 제기되면 주한미군이 철수하는 것 아니냐, 연합사가 해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곤 했는데, 한-미가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
유강문 선임기자,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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