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두 대한민국 국방부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개최된 제50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이후 공동기자회견에 앞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후에도 굳건한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기 위한 연합방위지침'에 서명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연합뉴스
한국과 미국의 국방장관이 31일(현지시각) 끝난 제50차 안보협의회의(SCM)에서 ‘9·19 평양공동선언’에서 채택한 남북 군사합의서 이행에 협력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한반도 평화 정착을 향한 남북의 발걸음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남북관계 진전을 한-미가 군사적으로 뒷받침한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셈이기 때문이다.
정경두 국방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공동성명을 내어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가 실질적 긴장 완화 및 평화 정착에 기여할 수 있도록 이행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며 “이행 과정에서 한-미 국방당국 간 긴밀한 공조와 협력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동성명엔 “핵 실험 및 미사일 발사 중단 선언,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위한 조치 등 북한이 취한 조치들에 대해서도 주목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남북 군사합의 이행에 대한 한-미 국방당국의 지지는 달라진 한반도 안보 환경을 반영한 것이다. 정 장관은 이번 회의에서 남북 사이에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신뢰구축 조처를 강조했고, 매티스 장관은 이런 노력이 한반도 긴장 완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 장관은 특히 서해 완충구역 설정이 우발적 충돌을 근원적으로 방지하는 것은 물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군사적 신뢰구축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회의가 끝난 뒤 “군사합의서 이행과 관련한 미국의 의문을 대부분 해소했다”며 “군사분계선(MDL) 일대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대해서도 미국의 검토가 완료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미는 또 이번 회의에서 12월로 예정됐던 공중 연합훈련 ‘비질런트 에이스’를 유예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번 결정으로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과 2개의 해병대 연합훈련 ‘케이멥’ 등 모두 4개의 한-미 연합훈련이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이제 관심은 내년 3월로 예정된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 실시 여부로 쏠리고 있다. 정 장관은 “군사대비태세에 문제가 없는 방향으로 향후 연습과 훈련을 어떻게 진행할지 논의했다”며 “11월15일까지 실무진에서 검토하고, 12월1일 이전에 결심하겠다”고 밝혔다.
키리졸브 연습은 한반도 전면전에 대비한 연합방위태세 점검과 전쟁 수행절차 숙달에 중점을 둔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이다. 전구급 지휘소연습으로,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의한 ‘워 게임’(war game)이 주를 이룬다. 이미 유예된 바 있는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과 비슷하다. 독수리 훈련은 실제 병력과 장비가 움직이는 야외 기동훈련이다. 최근 연합작전과 후방지역 방호작전 능력을 배양하는 훈련으로 범위가 넓어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연합훈련 유예 여부는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외교적 노력에 대한 군사적 지원과 연합방위태세 유지라는 두가지 원칙을 고려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이 밝힌 일정에 따른다면 조만간 한-미 간 실무협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부는 연합훈련이 유예되더라도 한국군의 연합작전 수행능력을 검증하기 위한 별도 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다. 한-미는 이번 회의에서 내년부터 전작권 전환에 대비한 한국군의 기본운용능력(IOC) 검증에 들어가기로 합의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연합훈련을 유예하더라도 검증을 위한 별도의 훈련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내년에 적어도 한차례 이상의 전구급 지휘소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강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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