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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70년 만에 연평도 맞은편 북쪽 마지막 포문이 닫혔다

등록 2018-11-01 19:20수정 2018-11-02 09:15

남북 군사분계선 부근 육해공 적대행위 중단한 날 연평도 현장
서해상 적대행위 금지구역(완충수역)에 관한 9.19 남북군사합의가 시행된 첫날인 1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인근 해안에서 기동훈련중인 고속정의 포신에 덮개가 씌워져 있다. 연평도/사진공동취재단
서해상 적대행위 금지구역(완충수역)에 관한 9.19 남북군사합의가 시행된 첫날인 1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인근 해안에서 기동훈련중인 고속정의 포신에 덮개가 씌워져 있다. 연평도/사진공동취재단
“포문 하나가 아직도 열려 있다.”

남북이 군사분계선 근처 땅과 바다, 하늘에서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단하기로 한 1일 새벽 연평도. 서해 군통신선을 타고 긴장감이 섞인 팩스 한 장이 북쪽을 향했다. 마주보이는 북쪽 개머리 지역의 해안포 4개 가운데 1개의 포문이 여전히 닫히지 않은 것으로 관측됐기 때문이다. 포문을 개방한 것은 합의 위반에 해당한다.

“알고 있다. 상부에 보고해서 조치하겠다’”

얼마 뒤 북쪽에서 답이 날아왔다. 곧이어 군인들이 포문 근처에서 움직이는 모습이 포착됐다. 포문을 닫기 위한 작업을 하는 모습으로 보였다. 자정부터 개머리 지역을 꼼꼼히 뜯어보던 연평도에선 그제서야 안심하는 듯한 분위기가 번졌다. 군 관계자는 “정비 불량이나 고장으로 포문을 닫을 수 없는 상황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작은 소동을 마친 서해는 곧 늦가을의 고즈넉함에 빠졌다. 북방한계선(NLL)을 경계로 북쪽에 떠 있는 갈도와 장재도, 석도에도 평온함이 감돌았다. 갈도에는 북한군 122㎜ 해안포가 배치돼 있고, 장재도에는 76.2㎜, 122㎜ 해안포가 늘어서 있지만 모두 포문을 닫았다. 갈도와 장재도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수 차례 찾았던 군사적 요충지라고 군 관계자는 귀띔했다.

남북이 '9·19 군사합의서'에 따라 지상·해상·공중 완충구역에서 포사격과 기동훈련, 정찰비행 등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한 1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연평면 망향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대수압도에 해안포진지로 추정되는 곳이 보이고 있다. 연평도/연합뉴스
남북이 '9·19 군사합의서'에 따라 지상·해상·공중 완충구역에서 포사격과 기동훈련, 정찰비행 등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한 1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연평면 망향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대수압도에 해안포진지로 추정되는 곳이 보이고 있다. 연평도/연합뉴스
연평도에서도 북쪽을 향했던 적대감을 모두 거둬들였다. 합판과 위장막으로 10개의 해안포 포문을 폐쇄했다. 바다를 경계하는 해군 고속정은 40㎜ 함포에 흰색 덮개를 씌운 채 파도를 갈랐다. 해병대는 이날부터 포사격 훈련이 중지됨에 따라 비사격 훈련 중심으로 훈련방식을 바꾸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연평도와 개머리 지역은 2013년 11월23일 연평도 포격전 당시 포격을 주고받았던 곳이다. 개머리 지역에선 북한군 122㎜ 장사포가 전개돼 연평도 일대에 포격을 가했다. 85㎜ 해안포까지 가세해 모두 260여발의 포탄을 쏘아댔다. 연평도에서도 13분 뒤 80발의 포탄으로 대응사격에 나섰다. 그날 이후 연평도는 포격의 공포에서 쉬 벗어나지 못했다.

남북이 지난 9월19일 맺은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에 따라 지상·해상·공중에서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지하기로한 1일 오전 연평도 해변을 해병대원들이 살펴보고 있다. 연평도/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남북이 지난 9월19일 맺은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에 따라 지상·해상·공중에서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지하기로한 1일 오전 연평도 해변을 해병대원들이 살펴보고 있다. 연평도/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포격의 위험이 사라진 연평도를 맞는 주민들의 표정은 밝았다. 한 주민은 “서해 북방한계선 이북의 북한 함정들도 우리 선박에 대해 '서해 경비계선 침범'이라는 통신을 더는 보내지 않는다”며 “경비계선을 넘어왔다는 통신을 들은 것은 10월20일이 마지막이었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은 이런 갑작스런 평화가 낯설다는 반응도 보였다. 한 주민은 "아직까진 피부로 와 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한기 합참의장과 심승섭 해군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도 이날 연평도를 찾아 군사대비 태세를 점검하고 군사합의 이행을 당부했다. 박 의장은 연평부대장으로부터 상황을 보고 받은 뒤 "군사대비 태세를 확고히 유지하면서 군사합의 사안들을 잘 이행해 달라"고 당부했다.

연평도에서 바라본 바다에선 중국 어선 10여척이 조업을 하고 있었다. 남북 어선들이 있어야 할 곳을 차지한 모습에 주민들의 눈초리가 매서워졌다.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에 평화수역이 조성되고 공동어로구역이 확정되면 사라질 풍경이라고 군 관계자가 말을 보탰다.

유강문 선임기자, 국방부 공동취재단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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