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비무장지대 남(위)과 북 감시초소(GP)에 시범철수 대상임을 알리는 황색 깃발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남북이 이달 말까지 완전 파괴하기로 한 비무장지대(DMZ) 11개 감시초소(GP) 가운데 1곳씩을 보존하기로 합의했다. 남쪽은 동해안 지역 감시초소를, 북쪽은 중부지역 감시초소를 각각 보존 대상으로 선정했다.
국방부는 8일 “남북 군사당국은 제10차 장성급 회담과 문서교환을 통해 보존가치가 있는 일부 감시초소에 대한 유지 필요성에 공감하여, 시범철수하기로 한 11개 감시초소 중 각 1개소를 보존하기로 합의하였다”고 밝혔다. 남북은 ‘9·19 군사합의서’에 따라 비무장지대 감시초소 11곳에서 화기와 장비, 병력을 시범적으로 철수하고, 이달 말까지 시설물을 완전 파괴하기로 한 바 있다.
남쪽은 △역사적 상징성 및 보존가치 △향후 평화적 이용 가능성 등을 감안해 동해안 지역에 있는 감시초소를 선정했다. 이 감시초소는 동해와 가장 가까운 곳으로, 정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 최초로 설치됐다. “역사적 보존가치가 있고, 금강산과 동해안, 감호 등과 연계하여 평화적 이용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동해선 남북도로와 근접하여 접근성 또한 뛰어난 장소로 판단했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북쪽 역시 자체 판단에 따라 중부지역 감시초소를 지정했다.
남북 군사당국은 해당 감시초소의 시설물을 완전히 파괴하지 않고 원형을 유지하기로 한 만큼, 관련 시설물이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확인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남북 군사당국은 시범적 감시초소 철수 과정에서 상호 신뢰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며 “12월 말까지 시범철수가 완료될 수 있도록 노력을 경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10일까지 병력, 화기 철수를 완료하고, 일부 감시초소는 파괴 작업을 병행할 계획"이라며 “안전과 환경 문제 등을 고려해 폭파하기보다는 굴착기를 동원해 철거하는 방식을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북의 이런 합의에 앞서 ‘전쟁과 대결의 전초기지 감시초소를 평화와 생명의 배움터로 전환하기 위한 시민모임’은 지난 8일 기자회견을 열어 “감시초소 철거를 보류하고 남북 당국이 보전 방안을 협의해달라”고 요청했다. 시민모임은 공동성명서에서 “독일도 통일과정에서 동서장벽을 전면 철거했지만 20여년이 지난 뒤 역사유적지로 복원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자연생태에 큰 무리를 주지 않는 곳은 전쟁의 교훈과 평화와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고 배우는 학습장, 시민들의 공간으로 보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명에는 갈등해결&평화센터, 녹색연합, DMZ평화생명동산을 포함한 18개 시민단체와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정성호 의원,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이 참여했다.
유강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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