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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비무장지대 지뢰 제거 국제행동기준 따르면 5년안 가능”

등록 2018-11-18 13:59수정 2018-11-19 16:02

영국 비정부기구 ‘할로 트러스트’ 발롱 쿰노바
녹색연합 등 국제심포 “국제엔지오 경험 활용을”
“대만 진먼도 지뢰 제거 사례 한국도 참조하길”
국제적인 비정부기구 ‘할로 트러스트’의 지뢰 제거 전문가 발롱 쿰노바 전략국장이 15일 녹색연합 등의 주최로 연세대에서 열린 ‘남북 비무장지대 지뢰 제거를 위한 국제 비정부기구 심포지엄’에서 비무장지대 지뢰 제거에 비정부기구의 경험을 활용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사진 평화나눔회 제공
국제적인 비정부기구 ‘할로 트러스트’의 지뢰 제거 전문가 발롱 쿰노바 전략국장이 15일 녹색연합 등의 주최로 연세대에서 열린 ‘남북 비무장지대 지뢰 제거를 위한 국제 비정부기구 심포지엄’에서 비무장지대 지뢰 제거에 비정부기구의 경험을 활용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사진 평화나눔회 제공
“ 지뢰가 사라지면 아이들이 맘껏 뛰노는 운동장이 생깁니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 다시 들어섭니다.”

이라크, 소말리아, 라오스 등지에서 지뢰 제거 작업을 해온 영국의 비정부기구 ‘할로 트러스트’의 발롱 쿰노바(42) 전략국장은 18일 “지뢰 제거는 아이들의 생명을 구하는 인도주의적 활동”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유고슬라비아에서 태어나 코소보 전쟁의 참화를 보고 지뢰 제거 운동에 뛰어든 그는 “남북이 비무장지대에서 진행 중인 지뢰 제거 작업이 성공하기 위해선 국제사회의 경험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지구촌 분쟁지역을 돌며 지뢰 제거 운동을 펼쳐온 국제 비정부기구 전문가들이 한국을 찾았다. 이들은 연세대에서 15일 열린 ‘남북 비무장지대 지뢰 제거를 위한 국제 비정부기구 심포지엄’을 마치고 16일 국방부를 방문했다. 1989년 창설된 할로 트러스트는 영국의 해리 왕자, 미국의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 등이 후원하는 세계적인 지뢰 제거 비정부기구다.

남북은 ‘9·19 군사합의서’에 따라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 화살머리 고지에서 유해 발굴을 위한 지뢰 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 비무장지대에는 127만개에 이르는 지뢰가 매설돼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세계에서 지뢰가 가장 많이 묻힌 곳으로 꼽힌다. 정부는 지뢰 제거에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이 들 것이라고 우려한다. 비무장지대를 포함한 남한 전역에 매설된 모든 지뢰를 제거하는 데 1조340억원의 비용과 469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된다는 추정도 있다.

그러나 쿰노바 국장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국제사회가 준수하는 ‘국제지뢰행동기준’(IMAS)을 따르면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영국의 ‘지뢰조언그룹’(MAG)은 국제지뢰행동기준을 적용할 경우 비무장지대 지뢰를 제거하는 데 불과 5년밖에 걸리지 않을 것으로 추정했다고 한다. ‘유엔지뢰활동기구’(UNMAS)가 2001년 개발한 국제지뢰행동기준은 지뢰 제거 활동의 국제적인 규범이다. 지뢰 제거 계획부터 완료까지 단계별 절차를 규정하고, 훈련 프로그램과 기술 정보를 제공한다.

쿰노바 국장은 효율적인 비무장지대 지뢰 제거를 위해서는 민간 전문가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한국보다 먼저 지뢰 제거에 나선 나라들은 대부분 민간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한국은 분단을 이유로 ‘대한인지뢰금지협약’(오타와 협약) 가입을 유보하고, 지뢰 제거 작업을 군이 독점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리안방(오른쪽) 대만 육군사령부 대령이 15일 연세대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군과 민간의 협력으로 진행된 대만 진먼도 지뢰 제거 경헙을 소개하고 있다. 왼쪽은 장신후이 대만 옥스팜 프로젝트 매니저다. 평화나눔회 제공
리안방(오른쪽) 대만 육군사령부 대령이 15일 연세대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군과 민간의 협력으로 진행된 대만 진먼도 지뢰 제거 경헙을 소개하고 있다. 왼쪽은 장신후이 대만 옥스팜 프로젝트 매니저다. 평화나눔회 제공
대만의 경우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대만은 2006년부터 국제지뢰행동기준을 도입하고 민간 전문가와 협력해 진먼도의 지뢰를 7년 만에 모두 제거했다. 비용은 8400만달러에 불과했고, 1명의 부상자도 나오지 않았다. 대만에서 200㎞ 떨어진 진먼도에선 1958년 중국군과 격렬한 포격전이 벌어졌고, 중국군의 상륙을 방어하기 위해 지뢰가 집중적으로 매설됐다. 진먼도에서 제거된 지뢰와 불발탄은 12만여개에 이른다. 리안방(49) 대만 육군사령부 대령은 “군과 민간 전문가들이 두 팀으로 나뉘어 작업을 진행했다”며 “민간 전문가들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녹색연합, 강원도, 경기도, KOICA가 공동주최한 이번 심포지엄의 결과는 오는 26-30일 개최되는 ‘제17차 오타와 협약 가입국 회의’에 공유되어,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국제사회의 의지를 표명할 예정이다.

유강문 선임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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