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달 23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매티스 장관은 21일 기자들에게 대규모 내년 봄 독수리훈련(FE)이 “외교를 저해하지 않는 수준으로 조금 재조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내년 봄 예정된 한-미 연합 대규모 기동훈련인 ‘독수리훈련’(FE)의 범위가 축소될 것이라고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21일(현지시각) 밝혔다. 북한과의 고위급회담과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미국이 한-미 연합 군사훈련 축소 카드를 내밀며, 비핵화 협상을 견인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매티스 장관은 이날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들에게 “내년 한-미 연합훈련을 재조정(realigning)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수리훈련을 가리키는 것’이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그렇다. 독수리훈련은 외교를 저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진행하도록 조금 재정비되고 있다”며 “범위가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도 곧 성명을 내어 “제50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매티스 장관과 정경두 국방장관은 ‘군 준비태세를 유지하면서 북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외교 노력을 보완하는 방법으로 훈련을 포함한 군사활동을 시행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한-미는 다음달 초까지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유예 여부를 결정하기로 하고, 실무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통상 매년 3~4월에 열리는 독수리훈련은 키리졸브(KR),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과 함께 3대 한-미 연합훈련으로 꼽힌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지휘소 훈련인 키리졸브에 이어 실제 병력과 장비가 움직이는 야외기동훈련으로 진행된다. 독수리훈련과 키리졸브 연습이 통합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매티스 장관의 발언은 내년 봄 키리졸브, 독수리훈련이 전체적으로 조정될 것임을 예고한다.
내년 키리졸브·독수리훈련은 올해 평창겨울올림픽(2월9~25일)이 끝난 뒤 진행된 수준으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는 키리졸브·독수리훈련을 올림픽이 끝난 4월에 기간을 2개월에서 1개월로 줄이고 규모도 축소해 진행했다. 당시 훈련에는 미국의 주요 전략무기들과 항공모함강습단이 참가하지 않았다.
독수리훈련이 5개월가량 남아 미국이 앞으로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는데도 선제적으로 축소를 발표한 것은 북-미 고위급회담 등 대북 협상을 촉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미 고위급회담을 위한 막후 협상에서 북한이 이미 밝힌 영변 핵시설 폐기 카드에 대해 미국은 북한이 충분하다고 여길 수준의 상응 조처를 제시한 상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미국이 상응 조처들에 더해 독수리훈련 축소 카드라는 신뢰 조처를 내밀어 북한이 고위급회담 테이블로 나올 수 있도록 촉진하려는 것은 긍정적 신호”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남북 철도 연결을 위한 북한 내 철도 공동조사에 필요한 유류 등 각종 물품의 대북 반출과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대북 제재 결의 적용의 면제를 최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22일 “유엔 절차가 수일 내에 마무리될 수 있다”며 “미국 반응에 비춰볼 때 대북 제재 예외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워킹그룹 1차 회의를 마치고 이날 돌아온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미국은 철도연결 조사사업에 아주 강한 지지를 표명했다”며 “가까운 시일 내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가 최종적으로 면제 결정을 내릴 경우 경협 성격의 남북교류와 관련해 처음으로 안보리 제재 예외가 적용되는 것이다.
유강문 선임기자, 박민희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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