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재향군인회장 인터뷰
김진호 대한민국 재향군인 회장이 22일 오후 서울 성동구 왕십리로 향군회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우리 군 해산하란 말인가 안보문제는 좌우 이념 아닌
국민 생명 걸린 중대 사안
정치적 논쟁 대상 돼선 안돼 서해에 평화수역 조성되면
분쟁 사라지고 군인 안전해져 핵을 머리에 이고 살 건가
비핵화 정책이 현재론 최선 김 회장은 얼마 전 한 일간지에 실린 광고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고 한다. “남북 군사합의 토론회를 알리는 광고였습니다. 거기에 ‘국군은 죽어서 말하고, 사는 동안 행동한다’라고 적혀 있습디다. 국군보고 무슨 행동을 하자는 것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는 “남북 군사합의는 재래식 요소의 유불리를 따지기 이전에 우발적 충돌이 전면전으로 비화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군이 결정한 남북 군사합의를 스스로 부정하라는 요구는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합참의장 시절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싸우지 말고 죽지도 말라’는 지침을 내린 기억이 납니다. 서해에 평화수역이 조성되면 북방한계선 일대의 분쟁이 사라지고, 병사들도 안전해질 것입니다.” 향군은 지난 19일 ‘정부의 비핵화 정책에 대한 입장’이란 제목의 자료를 내어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정착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군사합의서와 관련해선 군을 무능력한 집단으로 매도하거나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선동을 자제하라고 촉구했다. 이 때문에 그는 ‘좌파정권의 심부름꾼’ ‘정권의 하수인’이라는 비난을 들었다고 한다. 우리 사회의 진영논리가 얼마나 완고한지 절감한 순간이었다. 지난 8월엔 빨갱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재향군인회 미주지회에서 한반도 안보정책에 관해 미국 동포들을 상대로 강연을 했습니다. 북한 비핵화를 이루기 위해 미국 동포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적극 지지해주기 바란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 돌아와 보니 이 강연 내용이 유튜브에 올라 있는 겁니다. ‘이놈도 빨간색이네’라는 댓글이 달린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는 합참의장까지 지낸 군사전문가를 빨갱이로 모는 진영논리가 군사합의서에 대한 평가를 가로막는다고 여긴다. 김 회장은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북한의 비핵화 정책이 현시점에서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이명박 정부도 박근혜 정부도 모두 한결같이 남북 평화정착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하고 남북 교류협력을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북한이 가장 거부감을 느끼는 북핵 문제 해결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그는 “대한민국이 핵을 보유하지 못한 오늘의 상황에선 모든 가용수단을 동원해 북한의 핵을 폐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핵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핵을 머리에 이고 살 수는 없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그는 “북한이 필요한 것을 얻게 되면 결국 핵을 포기할 것”이라며 “누구도 보장할 순 없지만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고 말했다. 유강문 선임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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