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20일 동해선 철도 남북연결구간 공동점검을 위해 방북한 동해선 점검단이 감호역 철로를 살펴보고 있다. 통일부 제공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가 23일(현지시각) 북쪽 철도 현대화를 위한 남북 철도 공동조사에 제재를 적용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남북은 빠르면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공동조사를 시작할 전망이다.
25일 통일부 관계자들은 남북이 구체적인 조사 시기와 방식을 협의한 뒤 이르면 이번주부터 철도 공동조사에 바로 착수한다고 밝혔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지난 23일 국회 남북경제협력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조만간 철도 공동조사가 이행될 수 있을 것”이라며 “빠르면 이달 중(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는 남북 정상이 4·27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사업이다. 애초 남북은 공동연구조사단을 꾸려 7월24일부터 경의선(개성∼신의주)에 이어 동해선(금강산∼두만강)의 북쪽 구간에 대한 현지 공동조사를 진행하려고 했지만, 대북제재라는 벽에 부딪쳐 네 달 넘게 조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특히, 지난 8월에는 유엔군사령부가 승인을 거부하는 바람에 북쪽 철도 상태 점검 조사가 무산되기도 했다. 당시 정부는 이 공동조사가 대북 제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지만, 미국과의 협의 끝에 유엔 대북제재위의 제재 면제 인정을 받는 방식으로 조사 이행의 돌파구를 마련했다.
남북이 이번 철도 공동조사를 통해 경의선과 동해선 구간을 모두 점검하는 데에는 이동시간 등을 포함해 모두 20여일 정도가 걸릴 예정이다. 남북은 일단 경의선 구간 조사를 마친 뒤 동해선 구간으로 이동해 조사를 이어나간다. 남쪽 기관차가 숙식, 회의, 발전 등에 쓰이는 열차 6량을 이끌고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쪽 지역에 들어가면 그때부터는 북쪽 기관차가 북쪽에 필요한 물자 등을 실은 북쪽 열차를 비롯해 남쪽 열차까지 모두 이끌고 조사를 한다. 동원되는 열차는 모두 9∼10량 정도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공동선언에서 합의한 ‘올해 안 동·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은 남북 철도 공동조사가 마무리 된 직후인 12월 중·하순께 열릴 예정이다. 다만 남북이 착공식을 하더라도 곧바로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12월에 있을 착공식은 제재 면제 등이 필요하지 않은 상징적인 차원의 이벤트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한-미 워킹그룹 등을 통해 착공식 추진에 논란이 생기지 않게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 공사에 들어가기 위한 구체적인 일정은 북한의 비핵화 진전 상황, 내년 초께 열릴 전망인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 등에 따라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이 유엔 대북제재 면제 등 미국과 국제사회의 협조 및 지지가 필요한 사안인 만큼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진전에 따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조명균 장관은 지난달 15일 고위급회담 뒤 기자들을 만나 “1차 공동조사를 바탕으로 착공식을 하게 되고 이후 본격 설계 등을 위한 정밀조사를 포함해 그런 과정을 거치며 그 다음에 자재 같은 것이 투입되는 공사(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남북은 지난 8월 경의선(개성∼평양) 도로 공동조사를 마쳤고, 동해선(고성∼원산) 도로 조사를 위해 지난 12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도로공동연구조사단 2차 회의를 열었지만 아직까지 조사 일정을 잡지 못한 상태다. 북쪽에서는 기존 도로 사정이 매우 열악하니 새로 도로를 깔자고 주장하지만 남쪽은 새 도로 건설을 위해서는 대북제재 면제 인정 등이 필요한 만큼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라고 전해진다.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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