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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남북 군사합의로 무장해제됐다? ‘안보 불안’ 조장하는 궤변

등록 2018-11-26 17:50수정 2018-11-28 11:36

[팩트 체크] ‘군사합의 왜곡’ 뜯어보니
전직 국방장관, 합참 간부들까지 나서 공격
“안보 참사, 무장해제, 항복문서” 거친 비난
“북한 위장평화에 놀아나 공산화 위기” 극단적 주장까지
군사전문가들,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왜곡 반박
“안보 참사, 무장해제, 항복문서, 군사 아이엠에프(IMF), 국가적 자살….”

‘9·19 남북 군사합의서’를 공격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거칠다. 군사합의서가 우리 군의 안보역량을 뿌리부터 흔들었을 뿐 아니라, 서울을 북한의 기습공격에 노출하는 등 군사적 재앙을 초래했다고 비난한다. ‘북한의 위장평화 공세에 놀아나 대한민국이 공산화 위기에 처했다’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쏟아낸다.

이런 주장을 펴는 이들에는 국방장관이나 합참 간부를 지낸 인사가 상당수 포함돼 있다. 한때 우리 군을 지휘한 이들의 주장을 듣다 보면, 불안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을 찬찬히 뜯어보면 과장과 왜곡이 적지 않다. 몇몇 주장은 군사 전문가라는 이름을 악용한 ‘속임수’에 가깝다.

5일 남북 공동한강하구수로 조사가 시작된 가운데 강화 교동도 북단 한강하구에서 윤창휘 공동조사단장과 북측조사단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군 당국 및 해운 당국 관계자, 수로 조사 전문가 등이 참여한 공동조사단은 남북 각각 10명으로 구성됐다. 사진공동취재단
5일 남북 공동한강하구수로 조사가 시작된 가운데 강화 교동도 북단 한강하구에서 윤창휘 공동조사단장과 북측조사단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군 당국 및 해운 당국 관계자, 수로 조사 전문가 등이 참여한 공동조사단은 남북 각각 10명으로 구성됐다. 사진공동취재단
■ 한강 하구를 공동 이용하게 되면 북한군의 기습도하를 허용한다? 신원식 전 합참 차장은 “한강(임진강) 하구가 공동이용 수역이 되면 북한군 특수부대가 언제든 한강을 건너 서울을 침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김포반도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프랑스를 기습공격한 ‘아르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군 기갑부대가 도저히 통과할 수 없을 것으로 믿고 방비를 소홀히 했던 프랑스군의 전철을 우리 군이 밟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군 특수부대의 기습공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우리 군의 정보 수집 능력이 우수하고, 정찰기에 탑재된 레이더는 북한군의 이동을 전천후로 탐지할 수 있어 기습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욱이 김포반도에는 해병대가 강력한 저지선을 구축하고 있다.

군사적으로도 한강 하구 도하작전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6·25 전쟁 당시에도 북한군 정예 6사단이 이 지역을 건너느라 3일 이상을 지체했다. 초속 1.0~1.5m의 빠른 유속, 간조 때 드러나는 넓은 갯벌 등 자연 장애물이 도하를 방해한 것이다. 이들 장애물을 극복하려면 대규모 장비가 필요한데, 그러다 보면 우리 군의 감시망에 걸릴 수밖에 없다.

20일 오후 3시께 비무장지대 중부전선에서 북쪽 감시초소가 폭파되고 있다. 국방부 제공
20일 오후 3시께 비무장지대 중부전선에서 북쪽 감시초소가 폭파되고 있다. 국방부 제공
■ 비무장지대 감시초소가 없어지면 북한군이 땅굴 굴착을 재개할 수 있다? 감시초소(GP)가 사라지면 북한군이 비무장지대까지 몰래 군사력을 접근시켰다가 기습공격을 할 수 있고, 비밀리에 땅굴 굴착을 재개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는 감시초소 철거로 우리 군의 전방에 구멍이 뚫렸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군사 전문가들은 한마디로 감시초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억지라고 지적한다. 합참 관계자는 “이런 주장은 감시초소가 북한군의 기습공격을 막는 보루라는 것을 전제로 하지만, 실제로 감시초소에서 감시하지 못하는 비무장지대가 훨씬 넓다”며 “감시초소 관측으로 기습공격을 알아차릴 정도라면 이미 북한군의 선제 포병 사격이 개시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산꼭대기에 있는 감시초소에서 땅굴 굴착공사를 탐지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오히려 감시초소 철수가 북한군의 경계선을 비무장지대 밖으로 밀어내는 효과가 있다고 지적한다. 북한군은 인력 중심의 경계작전에서 벗어나지 못해 감시초소를 철수하면 경계선이 후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안광수 국방연구원 군사발전연구센터장은 “우리 군은 오래전부터 과학화 경계체계를 구축해 운용하고 있다”며 “감시초소 역할은 중장기적으로 축소될 대상”이라고 말했다.

비무장지대 감시초소 철수를 비판하는 이들은 남북이 시범적으로 10곳씩(1곳씩은 보존)을 철거하기로 한 것은 균형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북한의 감시초소가 160곳에 이르고, 우리 군의 감시초소는 60곳에 그쳐 산술적으로 우리 군이 손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을 하는 이들은 북한이 감시초소 160곳을 모두 철거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은 언급하지 않는다.

한-미 연합상륙훈련 모습. 포항/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한-미 연합상륙훈련 모습. 포항/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 훈련하지 못하는 군대는 오합지졸, 북한과 싸우면 백전백패할 수밖에 없다? 이상훈 전 국방장관은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 중지를 결정한 군사합의서에 따라 우리 군이 오합지졸이 됐다고 주장한다.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중단하면서, 우리 군이 사실상 무장해제당했다는 것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과도한 비난이라고 반박한다. 포병 사격훈련 및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을 중지한 지상에는 포병 표적지 및 사격진지가 2곳씩 있지만, 대체물을 활용하면 훈련에 끼칠 영향은 미미하다는 것이다. 합참 관계자는 “이미 이 지역에선 연대급 기동훈련을 거의 하지 않는다”며 “연대급 기동훈련은 완충구역 남쪽에서 주로 실시한다”고 말했다.

해상 포사격 및 해상기동훈련 중지에 대해선 우리 군보다 북한의 제약이 더 크다는 분석도 있다. 안 센터장은 “해당 지역에 배치된 북한군의 전력 규모가 우리의 3~5배여서 우리의 위협감소 효과가 더 크다”며 “유사시에는 자동함포 체계를 탑재한 우리 함정의 대응 능력이 더 우수하다”고 지적한다. 고정익 항공기의 실탄사격훈련 금지에 대해선 “우리 군은 비행금지구역 외곽에서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며 “항공기 탑재 공대공, 공대지 정밀 유도무기가 부족한 북한이 오히려 불리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유강문 선임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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