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부터 본격 회담… 송민순차관보 참석, 북핵 자문역 맡아
올해 마지막 남북 장관급 회담인 제17차 회담이 13일 제주도 서귀포 롯데호텔에서 이해찬 국무총리 주최의 만찬을 시작으로 3박4일 일정에 들어갔다. 만찬에는 남쪽 수석대표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북쪽 단장인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를 비롯해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 등 100여명의 남북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해찬 총리는 환영 만찬사에서 “우리말에 삼세판이란 말이 있듯이 뭔가 실질적이고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든다”며 기대를 표시한 뒤 “희망을 얘기하는 회담이 되도록 하자”며 건배를 제의했다. 이에 대해 권호웅 북쪽 단장은 답사에서 “우리 북측 대표단은 이번 회담에서 뜻깊은 새해 선물이 마련되도록 모든 성의와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양쪽은 이틀째인 14일 오전 10시 전체회의를 여는 것으로 본격적인 회담을 시작한다. 남쪽은 기조연설을 통해 △5차 6자 회담의 조속한 재개 △군사 당국자간 회담 조기 개최 △화상상봉 정례화 △내년 1월 설날 이산가족 상봉 추진 및 서신교환 △개성공단 2단계 개발 조속 추진 등의 의제를 제시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만찬에 참석한 송민순 차관보는 6자 회담 참가국 수석대표의 제주도 회동 추진과 관련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북쪽에서 지금 상황에서는 오기 힘들다는 반응이 있었다”고 말했다. 송 차관보는 이번 회담과 관련해, “남북 모두 서로 듣고 싶은 얘기가 있을 것 아니겠느냐”며 “서로 얼굴을 보고 얘기를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대화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 북한과 미국은 서로 언론을 통해 얘기하고 있는데 이는 상황을 악화시키는 가장 안 좋은 대화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북쪽 대표단 29명은 이날 오후 평양에서 서해 직항로를 이용해 제주공항에 도착한 뒤 회담장인 롯데호텔로 이동했다. 북쪽 권호웅 단장은 호텔 현관 입구에 서 있던 정동영 장관에게 먼저 “반갑습니다” 하고 악수를 청했고, 정 장관은 “환영합니다, 먼 곳에서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하고 인사를 건넸다. 30여명의 호텔 직원들이 현관 입구에 서서 박수를 치며 북쪽 대표들을 환영하자, 권 단장도 함께 박수를 치며 환하게 웃었다.
이어 호텔 8층 접견실에서 연 환담에서 정 장관은 북쪽 대표단의 일원인 맹경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참사와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장에게 “맹경일·전종수 ‘동지’도 (제주에 오는 것이) 처음인가요”라며 ‘동지’라는 표현을 쓰면서 친근감을 표시했다. 권 단장은 “오기 전에 (노동당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인) 림동욱 선생을 찾아뵈었다”고 정 장관에게 밝히기도 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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