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군사당국은 지난 12일 비무장지대에서 시범 철수한 감시초소(GP)에 대한 상호 검증을 실시했다. 강원도 철원 중부전선에서 남쪽 검증반이 북쪽 안내원으로부터 감시초소 파괴 상황을 듣고 있다. 국방부 제공
비무장지대에서 시범적으로 철수하기로 한 북쪽 감시초소(GP)에 대한 현장검증 결과, 군사시설로서 임무 수행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불능화된 것을 확인했다고 국방부가 17일 밝혔다. 북쪽 검증반 역시 남쪽 감시초소가 완전히 파괴됐음을 확인하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고 국방부는 덧붙였다.
국방부는 지난 12일 남쪽 검증반이 북쪽 감시초소를 직접 방문해 △관찰 및 접촉 △장비에 의한 검측 △문답식 대화 등을 통해 병력과 장비 철수 및 시설물 파괴 유무를 확인하고, 추가로 현장에서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분석했다며 이렇게 밝혔다. 남북 군사당국은 지난달까지 비무장지대 감시초소 11곳씩을 1곳씩만 남기고 모두 파괴하고 상호 검증을 실시한 바 있다.
남쪽 검증반의 현장방문 및 평가분석 결과 북쪽은 감시초소에서 병력과 장비를 모두 철수하고, 지상 시설물인 전투시설과 병영막사·유류고·탄약고 같은 지원시설을 완전히 폭파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하 시설물 역시 출입구와 감시소, 총안구(화점) 연결부위를 폭파하거나 매몰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북쪽 감시초소 11곳 가운데 5곳에선 100~200m 떨어진 지점에 총안구로 보이는 시설이 한두개씩 남아 있었으나, 국방부는 “기능과 역할을 상실한 것”으로 판단했다. 총안구는 지하통로나 교통호로 감시초소와 연결된 전투시설로, 기관총이나 소총과 같은 직사화기를 운용할 수 있는 소규모 진지다. 군 관계자는 “북측은 미확인 지뢰지대에 있는 총안구여서 사용하지 않거나, 단순한 돌무지라고 설명했다”며 “일부는 (시범철수 대상이 아닌) 인접 감시초소에서 운영하는 총안구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식별된 총안구는 교통호나 지하통로가 매몰돼 감시초소와 단절된 상태였다.
북쪽 검증반도 남쪽 감시초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감시초소가 완전히 파괴됐음을 확인하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다만, 감시초소 외곽 철책과 잔해물이 치워지지 않았음을 지적하고, 조속한 철거를 요구했다고 국방부는 전했다. 군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계획에 따라 처리할 예정이라는 점을 분명히 설명했다”며 “북쪽 검증반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남북 군사당국은 지난 12일 각각 7명으로 구성된 11개 검증반(154명)을 투입해 상호 검증을 실시했다. 남북 검증반은 비무장지대 군사분계선 연결지점에서 만난 뒤 상대의 안내에 따라 해당 감시초소를 직접 방문해 병력과 장비 철수 및 시설물 파괴 상황 등을 검증했다. 오전에는 남쪽 검증반이, 오후에는 북쪽 검증반이 상대 감시초소를 방문했다. 국방부는 “상호 현장검증은 남북이 전반적으로 우호적인 태도와 성의 있는 자세를 견지한 가운데, 안전하고 원활하게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유강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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