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10월 말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초소와 화기 철수가 이뤄져 대치하고 있는 군인들이 없는 판문점의 모습. 뒤로는 북쪽 판문점에서 바라본 남쪽 자유의 집. <한겨레> 자료사진
‘9·19 남북 군사합의서’에 명시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자유왕래’가 결국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남북 군 당국과 유엔사령부가 석달 동안 여러 차례 협의를 이어가면서 올해 안에 일반 관광객들도 판문점 곳곳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던 터라 합의가 늦어지는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군 관계자는 27일 “사실상 연내 자유왕래는 어렵게 됐다”며 “아직 남-북-유엔사 3자가 문서교환 방식으로 협의를 이어가는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남북은 지난 9월 평양 정상회담에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완전히 비무장화하고, 관광객 등 민간인의 자유왕래를 허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남-북-유엔사 3자 협의체’는 지난 10월부터 한달여 동안 지뢰 제거, 화기 철수 및 인원 조정, 3자 공동검증, 감시장비 조정 등의 절차를 마무리했다. 3자 협의체는 그 뒤 두달 가까이 문서교환 방식으로 ‘공동 근무수칙’을 마련하기 위한 협의를 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북한이 유엔사를 배제하고 남북 군 당국의 공동관리를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공동경비구역은 정전협정에 따라 유엔사가 관할하게 돼 있는데, 북한이 이를 불편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복수의 정부 관계자는 북한도 정전협정에 따라 공동경비구역을 유엔사가 관할하는 시스템을 당장 바꿀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설명한다. 한 군 관계자는 “북한이 공동경비구역에서 유엔사를 배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남-북-유엔사 3자 협의체에 나온 것”이라며 “현재 3자가 모두 만족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3자가 생각을 좁히고 세부 사항을 협의하는 데 시간이 걸리긴 해도 모두 합의 이행 의지가 있어 결국 자유왕래가 실현될 것이라는 얘기다.
군 관계자는 “세부적인 행정 절차를 정하는 문제도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한다. 관광객 등을 태운 차량의 출입 등 각종 승인 절차에서 보고체계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정기 출입증을 만든다면 발급 주체는 누구로 할 것인지 등 공동근무에 필요한 여러 요소를 정리하는 데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는 얘기다.
3자 협의가 길어지는 데는 북한의 비핵화 조처와 미국의 상응조처를 둘러싼 협상이 교착국면에 있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과 미국 모두 핵심 사안이 풀리기 전까지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은 지난 9월 군축·평화연구소 소장 명의 담화에서 (1998년 당시) 남-북-미 ‘3자 군사공동기구’에 대해 긍정적인 언급을 하기도 했다”며 “그렇지만 현재 북-미 협상에서 제재 완화 등 북한이 원하는 대가를 얻지 못하고 있다. 공동경비구역 자유왕래 등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는 북한한테 일의 우선순위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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