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발생한 우리 해군 광개토대왕함과 일본 P-1 초계기의 레이더 겨냥 논란과 관련해 일본 방위성이 28일 공개한 P-1 초계기 접근 동영상. 연합뉴스
조난 선박 구조에 나선 한국 구축함이 일본 해상초계기를 향해 사격통제 레이더를 쏘았다며 일본 정부가 반발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한국과 일본이 20년 가까이 실시해온 ‘수색 및 구조 훈련’(SAREX·Search and Rescue Exercise)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는 1999년부터 선박 조난 사고가 발생했을 때 공동 수색 및 구조 작전 능력을 키우기 위한 연합 해상훈련을 2년마다 하고 있다. 인도주의적 조처가 필요한 상황을 가정한 이 훈련은, 대북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2016년 체결된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과 함께 한-일 군사 협력을 상징한다.
이 훈련에는 두 나라의 해상 전력이 대거 동원된다. 지난해 12월 일본 요코스카 서남쪽 해상에서 열린 훈련에는 한국 해군의 4400t급 구축함 강감찬함과 4200t급 군수지원함 화천함, 일본 해상자위대의 5050t급 구축함 데루즈키함과 SH-60 헬기 등이 참가했다. 규모가 클 때는 기뢰부설함과 상륙함, 해상초계기 등이 동원되기도 한다.
그런데도 이 훈련이 가정했던 인도주의적 조처가 필요한 상황이 실제로 발생하자, 한국과 일본의 공동 대응은 물론 소통 체계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국 구축함의 레이더 운용과 일본 해상초계기의 근접비행을 둘러싼 논란만 불거졌다. 훈련의 성과가 축적됐다면 이런 상황을 예방하거나, 문제가 발생했더라도 곧바로 수습할 수 있는 채널이 작동했을 것이다.
해군 쪽은 “이 훈련의 취지와 경험을 무시한 것은 일본”이라고 지적한다. 한 관계자는 “이번 상황은 우리 구축함이 긴박하게 수색에 나선 터라 공동 대응을 펼칠 조건은 아니었다”며 “설혹 훈련의 성과가 축적됐더라도 일본 정부가 반발하는 지금의 상황은 바뀌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논란이 일본 정부의 정치적 판단에서 비롯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 훈련이 애초 인도주의적 수색 및 구조에 초첨을 맞춘 게 아니라고 지적한다. 겉으론 인도주의적 훈련을 표방하지만 실제론 동북아에서 한-미-일 군사 협력을 진척시키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한-미-일은 2014년 7월 제주도 남쪽 동중국해 근처에서 대규모 수색 및 구조 훈련을 했다. 이 훈련에는 미 해군 7함대 소속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9만7000t)를 비롯해 한국과 일본의 이지스함이 대거 참여했다.
유강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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