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신년사를 발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신년사에서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강조하면서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나설 뜻을 분명히 했다. 소강상태에 빠진 북-미 비핵화·관계정상화 협상에 다시 속도를 내겠다는 적극적 의향을 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미국이 일방적인 비핵화를 강요하고 제재·압박을 유지한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며, 미국에 대한 ‘절제된 경고’도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조선중앙텔레비전>을 통해 발표한 육성 신년사에서 “나는 앞으로도 언제든 또다시 미국 대통령과 마주앉을 준비가 되어 있으며 반드시 국제사회가 환영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6·12 북-미 공동성명을 언급하며 “두 나라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고 조선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완전한 비핵화로 나가려는 것은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의 불변한 입장이며 나의 확고한 의지”라고 강조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제안에 공개 화답하는 한편 북-미 공동성명 이행 의지를 재확인하며 북한에 대한 의구심을 차단한 것이다.
올해 신년사에서는 지난해 강조됐던 ‘국가 핵무력 완성’ ‘핵탄두·탄두로켓(미사일) 대량생산→실전배치’ ‘핵단추’ 등 자극적인 표현들은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 신년사에서 22차례 언급된 ‘핵’은 비핵화 의지를 표현하기 위해 두번 사용되는 데 그쳤고, 핵무력·핵억제력은 “자주권 수호와 평화 번영의 굳건한 담보” 정도로만 다뤄졌다. 김 위원장이 “우리는 이미 더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데 대하여 내외에 선포하고 여러 가지 실천적 조치들을 취해왔다”고 한 부분도 눈길을 끈다. 북한의 핵무기 생산 중단을 의미하는지는 분명치 않으나, 적어도 북한이 ‘핵 동결’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우리의 주동적이며 선제적인 노력에 미국이 신뢰성 있는 조치를 취하며 상응한 실천적 행동으로 화답”하기를 요구했다. 북한은 제재 완화 등 미국의 상응조처를 협상 진전을 위한 전제로 고수해왔는데, 이번에는 미국의 ‘선 조처’를 요구하지 않아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비핵화를 강요하고 대북 제재와 압박을 이어간다면 “어쩔 수 없이 부득불 나라의 자주권과 국가의 최고 이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도 말했다. 협상이 실패했을 경우 ‘플랜B’로 선회할 수 있다는 경고이지만 “부득불”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는 같은 지극히 완곡한 표현을 동원했다.
이밖에도 김 위원장은 △외세(미국)와 합동군사연습 중단 및 (미국의) 전략자산·전쟁장비 반입 완전 중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다자협상 추진△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용의도 밝혔다. 이관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은 “2018년에 밝힌 체제보장, 평화체제, 남북관계에 대한 입장을 구체화한 것으로, 셋을 동시에 선순환적으로 끌고 가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올해 신년사는 북한발 ‘청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새로운 길’을 경고하기는 했지만, ‘핵·경제 병진노선으로의 복귀’인지 불분명한데다 수위를 조절했다는 점에서 방점은 분명 대화에 찍혀 있다는 것이다. 전직 고위 당국자는 “(전반적으로) 북한이 움직이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한 것”이라고 짚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도 서면 브리핑에서 “남북관계의 발전과 북-미 관계의 진전을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북한이 먼저 움직이겠다고 나선 것은 아니어서 북-미 협상이 속도를 내기에는 원동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