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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남북장관급회담, 군사적 신뢰 접점 가능성 모색

등록 2005-12-14 22:42수정 2005-12-14 22:50

순조로운 출발
남 “회담 매우 진지…군사협력이 남북 동력”
북, ‘외적 정세-남북 관계 분리’ 전략적 판단
제17차 남북 장관급회담이 예상과 달리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지난 2000년 6·15공동선언 이래 남북관계의 장애물은 북-미관계 악화였다. 북쪽 입장에서 보면 부시 행정부가 다시금 북한의 체제 전환 의도를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열린 이번 회담을 앞두고, 정부 안팎에서 비관적 전망이 적지 않았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전체회의가 열린 14일 김천식 남쪽 회담 대변인(통일부 교류협력국장)은 여러 차례에 걸쳐 “회담이 매우 진지했다”고 말했다. 소모적인 정치적 논쟁거리가 제기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중단 없는 남북관계=남쪽 수석대표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전체회의 모두발언에서 “대결이 없고, 가다 서다 하는 중단이 없고, 인도적 고통이 없는 3무의 시대를 열자”고 촉구했고, 북은 이에 화합하는 자세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변인이 이날 회담 분위기에 대해 “남북 간에 신뢰가 축적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한 것은, 이런 분위기가 전문가인 자신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수준이라는 뜻으로 보인다. 애초 정부 안에서는 내년초로 예정된 정 장관의 정치권 복귀를 들어 ‘떠날 사람’에게 북한이 성의를 보이겠느냐는 관측도 일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변인은 이날 북쪽 기조발언의 특징을 △올해 제2의 6·15시대를 개막했으며 △남북관계를 변함 없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대목에서 찾았다. 북은 이날 6·17 김정일-정동영 면담을 통해 올해 남북관계 발전에서 새로운 국면이 조성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제2의 6·15시대 정신에 맞게 남북관계를 보다 높은 단계로 끌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남북관계를 끌어온 두 개의 수레바퀴 가운데 6자회담이라는 한쪽 바퀴가 삐그덕거리더라도 다른 한쪽 바퀴인 남북관계는 밀고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북쪽은 외적 정세와 남북 관계를 분리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북쪽도 북-미간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남-북관계의 모멘텀을 유지하고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나름대로의 계산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남북 주도의 한반도 평화=그러나 6자회담의 전망이 서지 않는 상황에서, 즉 한쪽 바퀴가 멈춰 서 있는 상황에서 다른 한쪽 바퀴를 밀고 가는 게 가능할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정동영 남쪽 수석대표가 △6자회담 이행과정의 난관을 조속히 해결해야 하며 △9·19 베이징 공동성명의 틀을 살려나가는 것이 남북 이익을 실현하는 효과적 방법임을 강조한 것은 이 때문이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6자회담 대표의 제주 비공식 회동 문제는 거론하지 않고, 6자 회담의 조속한 재개만을 촉구했다. 현재로선 뚜렷한 방안이 떠오르지 않는 상황임을 반증하는 것이고, 장관급회담에서 이 문제의 해법을 제시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 대신 남쪽은 군사분야에서의 긴장완화를 강조했다. 남쪽 수석대표인 정 장관은 “한반도 평화문제는 남북이 주도적으로 협의하고 긴밀히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 문제의 파고가 높아지더라도 군사분야에서의 협력이 남북 협력을 밀고갈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드러낸 것이다. 남북의 ‘평화’는 핵으로 인한 한반도의 긴장을 막아낼 수 있으며, 이는 9·19 공동성명이 담고 있는 ‘한반도 평화체제를 통해 핵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이뤄낸다’는 기본인식과 일치된다.

그런 점에서 권호웅 북쪽 단장이 군사분계선 선전물 철거, 군당국간 서해 직통전화 개설 등 군사적 신뢰구축을 “의미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한 것은 남북이 접점을 찾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정부 당국자는 “(이번 회담에서) 언제 어떻게 군당국이 만난다는 구체적인 합의가 이루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북쪽이 군사 교류 분야에서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한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천식 대변인도 “북한이 군사 분야에서 초보적 단계에 들어갔다고 얘기하는 것으로 보아 추가적인 협의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장성급회담이나 군당국자간 회담은 남북한의 기존 합의사항을 이행하는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군사적 신뢰구축 뿐만 아니라 개성공단 통행·통관, 철도 개통 등 경협 문제가 군사적 보장장치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이날 회의에서 북쪽은 상대지역 방문지 제한 해제를 촉구했다. 이는 정부가 남쪽 내부 여론을 의식해 남쪽 방북인사들의 평양 애국열사릉 참배 등을 제약하는 게 아닌가 라는 문제 제기로 보인다.

제주/강태호 남북관계 전문기자, 이용인 기자 kankan1@hani.co.kr

“10개 성씨 모였으니 열성 다하자”

북 권호웅 단장기지어린 덕담

“열성(열가지 서로 다른 성씨를 가진 사람들)이 열성을 다하자.”

제17차 남북 장관급회담 이틀째인 14일, 북쪽의 권호웅 단장은 전체회의 모두 발언에서 북쪽 대표단 5명을 한명씩 가리키며 “전, 맹, 신, 최, 권”이라고 성씨를 모두 소개했다. 그는 마침 남쪽 대표단 5명도 “정, 박, 배, 김, 한”이라며 “과거에 백성이란 100가지 성을 가지고 있는 것(사람들)을 말했는데, 지금보니 10성(열가지 성)이 모두 다르니 열(10)성이 열성을 다해 봅시다”라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이끌었다. 남쪽 수석대표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권 대표께서 관찰을 잘 하셨네요”라며 덕담을 했다.

권 단장은 성이 제각기인 게 좋은 것만은 아닐 수 있다며, “‘사공이 많은 배가 산으로 간다’는 경계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주/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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