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현안 보고에 앞서 임세원 교수를 추모하기 위해 묵념하고 있는 국회 보건복지위 의원들. 송경화 기자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사망 사건을 계기로 열린 보건복지부의 국회 현안보고에서 박능후 장관은 “정신질환 응급 의료 체계를 다듬고 의료 현장에서 벌어지는 폭행 사고에 대한 심층 조사를 전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보건복지위 위원들은 저마다 “종합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박 장관은 9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의료 현장 폭행 사고를 장소별, 병원 규모별, 진료 과목별로 발생 원인과 경중도를 가려낼 것”이라며 “의료인 폭행 실태를 파악해 실제 현장에서 환자의 우발적인 행동이 나타났을 때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방안도 구분해 대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번 사건을 겪으며 정신 질환자의 규모에 대해 정확한 실태 파악이 안 돼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한 번이라도 병원에 여러 원인으로 왔을 때 진료 코드로 역추적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 조금 더 (환자에 대한) 접근도를 높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건복지부에도 정신 건강 관련 인력이 10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며 “본질적인 문제는 우리 사회가 정신 건강 문제에 대해 투자하지도 않았고 관심이 없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동민 민주당 의원은 “정신질환자에 대한 관리가 소홀하다는 것은 결국 예산의 문제”라며 “지난해 보건 관련 예산 10조원 가량 가운데 정신보건 예산은 1563억원으로 1.5%에 불과했는데, 2011년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5%였다”고 말했다.
오제세 민주당 의원은 “이번 기회에 정신 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부터 고쳐야 한다”고 강조하며 “정신 질환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치료할 수 있는 것이고 누구나 걸릴 수 있는 것이라는 대대적인 캠페인 계획을 먼저 세워야 한다”고 했다.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은 “결국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들이 사실 병원 밖에서 방치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사법 입원 제도를 도입해 국가의 책무를 강화하고 입원 여부 결정과 구제 창구를 사법적 절차로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법 입원’ 제도는 정신 질환 환자의 강제 입원 여부를 법원에서 판단하는 것이다.
9일 국회 보건복지위 현안 보고를 위해 참석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송경화 기자
이날 의료계 인사들은 참고인으로 나와 임 교수 사건 당시 상황과 의료계 현실에 대해 증언했다. 신호철 강북삼성병원장은 “병원에 이미 대피로와 비상시 대비 보안 요원 등 준비가 돼 있었지만 워낙 순식간에 일이 벌어졌다. 간호 조무사가 보안 요원을 불러 도착까지 1분 남짓 걸렸지만 그 사이에 벌어진 일에 대해 대처하기가 어려웠다”며 “관련 시설이 있어도 근본적으로 대처하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권준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은 “이번 환자는 어머니조차 폭력 성향의 아들과 같이 살지 못하고 몇 년동안 따로 살았는데 여기에 대한 파악도 되지 않았다”며 “정신질환자들은 편견때문에 (가해자) 본인도 임세원 교수에게 자기가 정상적이라는 것을 써달라, 증명해달라고 했는데 이건 결국 편견을 받고 있어서 그랬던 것”이라고 말했다. 권 이사장은 “궁극적으로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차별이 없는 사회,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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