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상이 13일 육상자위대 나라시노 훈련장에서 13일 의례 행사 도중 가슴에 손을 얹고 있다. 그는 한-일 갈등과 관련해 "필요하면 자위대의 전파 정보를 한국 측에 제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일본 초계기의 저공 위협비행과 한국 구축함의 추적레이더 조준 여부를 놓고 맞서고 있는 한국과 일본이 14일 싱가포르에서 국방당국 간 실무급 협의를 열어 갈등 해소 방안을 협의했다. 일본 군 당국은 이날 협의에서 예상과 달리 일본 쪽 주장을 뒷받침하는 주파수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는 않았다고 전해진다.
국방부는 14일 한-일 국방당국이 이날 오전과 오후에 걸쳐 주싱가포르 한국 대사관과 일본대사관에서 일본 초계기 관련 사안에 대해 한-일 실무급 회의를 개최했고, 이날 저녁 8시30분께 회담이 종료됐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한-일이 “저공위협비행 등 주요 쟁점사안에 대한 사실 관계와 자국입장을 상세히 설명하여 상대측의 이해를 제고하였다”고 밝혔다. 이날 일본이 초계기에서 수신했다는 레이더 정보를 공개할지 주목됐지만 일본 군 당국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핵심 증거, 곧 주파수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알려졌다.
이날 협의에는 한-일 국방 당국자와 장성급들이 참석했다. 우리 쪽에선 부석종 합동참모본부 군사지원본부장(해군 중장)과 이원익 국방부 국제정책관이, 일본 쪽에선 히키타 아쓰시 통합막료부 운용부장(항공자위대 중장급)과 이시카와 타케시 방위성 방위정책국장이 대표로 나섰다.
한-일 갈등을 풀기 위한 실무협의가 제3국에서 열린 것은 이례적이다. 거리와 시차를 따져 중립지대이면서도 두 나라의 대사관이 있는 싱가포르를 협의 장소로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국이나 일본에서 할 경우 한쪽에 불리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협의에선 일본 초계기가 수신한 한국 구축함의 레이더 정보 공개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우리 쪽은 줄곧 레이더 정보 공개를 요구했으나, 일본 쪽은 군사기밀이라며 공개를 꺼려왔다. 이와 관련해 일본 <엔에이치케이>(NHK)는 이날 일본 쪽이 해상자위대 전파 기록을 공개하는 방안을 포함해 대응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한-일은 앞서 지난해 12월27일 실무급 화상회의를 열었으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이후 일본 방위성은 초계기가 촬영한 동영상을 공개하고, 우리 국방부도 이를 반박하는 동영상을 올리면서 두 나라의 갈등은 국제여론전으로 비화했다.
노지원 유강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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