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차 방중을 위해 평양을 출발했다고 <조선중앙텔레비전>이 8일 보도했다. 평양역을 출발하며 손 흔드는 김 위원장 오른쪽 뒤에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의 모습도 보인다. 조선중앙텔레비전 화면 갈무리/연합뉴스
4차 북-중 정상회담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협상을 북-미 비핵화-관계정상화 협상과 병행 추진하는 ‘투 트랙’ 전략을 세운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북-중 공조체제를 다진 중국의 역할이 올해 한반도 정세에 어떤 변수가 될지도 관심사다.
외교가에서는 지난 8일 북-중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비핵화 협상 플랜’과 함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문제도 주요하게 협의했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를 두고 있다. 두 정상이 “조선(한)반도 정세관리와 비핵화 협상 과정을 공동으로 연구 조종해나가는 문제”(<조선중앙통신> 10일치)를 논의했다거나 “(관련국들이) 반도 문제가 전면적으로 해결되도록 함께 추진하기를 희망한다”(<신화통신> 10일치)는 김 위원장의 발언에 이런 구상이 녹아 있다는 풀이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제안한, 정전협정 당사자인 중국이 동참하는 ‘평화체제 전환 다자협상’ 구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최근 중국이 ‘6자회담 역할론’을 다시 강조하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쿵쉬안유 중국 외교부 부부장 겸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지난해 12월1일 한 포럼에서 “6자회담은 당사국 간 교류를 촉진하고 상호 관계개선에 유효한 틀을 제공했다. 우리는 계속 이를 잘 이용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북-중 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8일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6자회담은) 한반도 문제 해결 프로세스를 추동하고 지금까지 여전히 가장 적극적인 성과를 얻어낸 프로세스”라며 “중국은 계속 관련 당사국과 한길로 이 프로세스를 추진하는 데 공동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중 정상이) 비핵화의 정의에 대한 합의와 함께 비핵화는 북-미 협상으로, 평화체제는 6자 또는 4자 협상의 투 트랙으로 일정한 합의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북-중 정상이 공유한 ‘비핵화 협상 플랜’을 비롯한 ‘중국 역할론’의 실체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북-미 협상을 통해 비핵화가 어느 정도 진전된 뒤에 평화체제 다자협상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정부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북-중이 지금 상황에서 곧바로 평화체제 다자협상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고, 비핵화가 좀 더 진전됐을 때 비핵화 협상과 병행해 다자협상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한다. 중단기적으로 비핵화 협상에서 중국의 역할은 긍정적 요소로 평가되지만, 평화체제 다자협상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는 “중국도 북한의 비핵화를 원하면서 북-미 비핵화 협상을 지지할 것이므로 이 부분에서 한-중 간에 큰 전략적 이견은 없을 것”이라며 “다만, 비핵화 진전 뒤 평화체제 다자협상 과정으로 들어서면 구조적으로 한-미동맹, 사드 문제 등에서 이견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으니 우리 정부가 미리 중국과 전략적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은 박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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