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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문재인 정부 첫 ‘국방백서’에서 “북한은 우리의 적” 삭제

등록 2019-01-15 12:00수정 2019-01-15 21:05

“대한민국의 주권, 국토, 국민 위협하면 적”으로 대체
지난해 남북관계 진전과 군사합의 이행 상황 반영
북한 핵과 대량살상무기에 대해선 위협으로 명기
평화, 실질적 군비통제, 군축 등 새롭게 강조
15일 공개된 ‘2018 국방백서’. 노지원 기자
15일 공개된 ‘2018 국방백서’. 노지원 기자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펴낸 국방백서에서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란 표현이 삭제됐다. 북한 핵과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선제타격과 전면적 대응을 의미하는 ‘킬체인’(Kill Chain)과 ‘대량응징보복’(KMPR)이란 용어도 사라졌다. 국방백서는 국방정책 추진 실적과 향후 방향을 대외적으로 알리기 위해 2년마다 발간하는 공식 책자다.

국방부는 15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18 국방백서’를 공개했다. 1967년 첫 국방백서가 나온 이후 23번째다. 국방백서는 2012년 이후 10년 단위로 동일한 표지와 디자인을 적용하고 색상만 달리한다. 이번 백서의 색상은 파란색이다. 국방부는 “파란색은 미래, 신뢰, 평화를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국방백서는 “우리 군은 대한민국의 주권, 국토, 국민, 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을 우리의 적으로 간주한다”고 명기했다. ‘2016 국방백서’에서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을 언급하며 “이런 위협이 지속되는 한 그 수행 주체인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표현했던 문구는 사라졌다. 북한을 적으로 특정하지 않고, 모든 위협·침해세력을 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북한이 우리의 주권과 국토, 국민, 재산을 위협한다면 적으로 간주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국방백서에서 북한을 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것은 지난해 세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9·19 군사합의서 이행 등 남북관계 진전과 군사적 긴장 완화를 반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방백서는 “남과 북은 군사적 대치와 화해·협력의 관계를 반복해왔으나, 2018년 세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새로운 안보환경을 조성하였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국방백서에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는 표현은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5년부터 등장했다. 1994년 남북 접촉에서 박영수 북쪽 대표의 ‘서울 불바다’ 발언이 직접적 계기가 됐다. 이 표현은 2000년까지 유지됐으나 그해 6·15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면서 논쟁의 대상이 됐다. 김대중 정부는 국방백서를 내지 않다가 2003년 ‘국민의 정부’ 국방정책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1998-2002 국방정책’을 발간했다. 이 규정은 노무현 정부 들어 폐기됐다. 2004년 국방백서에서 북한을 ‘직접적 군사위협’으로 규정했고, 2006년 국방백서에선 ‘심각한 위협’으로 표현했다.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에는 ‘직접적이고 심각한 위협’이라는 표현으로 강도를 높였다. 그러다 2010년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 사건이 잇따르자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는 표현이 다시 등장했다.

국방백서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대한 위협”이라고 명시했다. “우리 군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 노력을 군사적으로 뒷받침하고, 모든 상황에 철저히 대비해 나갈 것”이라는 문구도 새로 넣었다. 북한 핵 능력과 관련해선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50여㎏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고농축우라늄(HEU)도 상당량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핵무기 소형화 능력도 상당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는 ‘2016 국방백서’ 평가와 같다.

국방백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맞서 ‘전략적 타격 체계’와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를 위한 핵심 전력을 조기에 구축하겠다고 천명했다. ‘2016 국방백서’에서 강조한 ‘킬체인’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 ‘대량응징보복’으로 구성된 이른바 ‘한국형 3축 체계 구축’이란 용어는 폐기했다. 국방백서는 그러면서 “북핵 문제의 근원적이고 평화적인 해결을 위한 정부의 노력을 군사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16 국방백서’에는 없던 내용이다.

‘남북 간 군사적 신뢰 구축 및 군비통제 추진으로 평화정착 토대 구축’이라는 부분도 새로 추가됐다. 국방백서는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 조치를 추진할 것”이라며 “남북 간 교류협력 사업의 진전과 연계하여 안정적인 군사적 보장조치를 추진하고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진전에 따라 실질적인 군비통제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백서에서 남북 간 ‘실질적 군비통제’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국방백서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 맞추어 남북 간에 실질적인 군사적 신뢰 구축에 따라 단계적으로 군축 문제를 협의할 예정”이라며 △비무장지대 실질적 평화지대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 평화수역 설정 △상시 군사회담 체계 구축 △군사당국 간 직통전화 설치 등의 신뢰 구축 조처를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서해 북방한계선에 대해선 “북방한계선은 우리 군이 지금까지 굳건하게 지켜온 실질적인 해상경계선으로, 북방한계선 준수 원칙을 확고히 견지하고 북방한계선에 대한 그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명기했다.

독도를 우리 영토로 표기한 대한민국 지도도 국방백서에 실렸다. 국방백서는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대한민국의 고유 영토인 독도에 대해 군은 강력한 수호 의지와 대비 태세를 확립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방백서는 한-일 국방협력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도 “일본의 역사 왜곡 및 독도에 대한 부당한 주장에 대해선 단호하고 엄중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백서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 주요 국방 현안은 ‘특별부록’으로 모았다. △군 적폐청산위원회 활동 결과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경과와 평가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지원 △독일 6·25전쟁 의료지원국 포함 등을 특별부록에 넣었다. ‘일반부록'에는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 △북핵 문제 관련 주요 비핵화 합의 △주한미군 주둔비용 직간접 지원 규모 등을 넣었다. ‘2018 국방백서'는 국방부 누리집에서 전자책 형태로 열람하거나 내려받을 수 있다.

유강문 선임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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