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스웨덴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15일 오전 경유지인 중국 베이징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최 부상은 평양발 고려항공 JS151편으로 베이징 서우두공항에 도착한 뒤 곧바로 공항을 빠져나갔다. 베이징/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주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이르면 17~18일께 워싱턴을 방문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북-미 고위급회담을 할 전망이다.
<시엔엔>(CNN) 방송은 15일(현지시각)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주말 김정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냈다’고 전했다. 친서는 ‘인편으로’ 평양에서 직접 전달됐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 각료회의에서 공개한 김 위원장의 친서에 대한 답신일 수 있으나,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 매체는 또 “김 부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세부사항을 확정하기 위해 이르면 이번주 워싱턴을 방문할 수 있다”고 같은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이와 관련해 북-미 대화 상황을 아는 외교 소식통도 15일 김영철 부위원장이 17~18일 워싱턴을 방문해 폼페이오 장관과 고위급회담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말 김 부위원장의 첫 방미 때는 뉴욕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회담한 뒤 워싱턴으로 건너가 트럼프 대통령을 접견하는 순서였다. 다만, 미국 국무부는 이번주 회담 개최 여부에 대한 <한겨레>의 문의에 “발표할 만남(meetings)이 없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초 김 위원장의 친서를 공개하며 “너무 멀지 않은 미래에”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힌 뒤 보낸 만큼, 이번 친서에는 두번째 정상회담에 대한 긍정적 의지를 담았을 것으로 보인다. 김영철 부위원장의 ‘워싱턴 직행’도 나쁘지 않은 신호로 풀이된다. 지난해 11월8일 예정됐던 고위급회담이 취소된 배경 중 하나가 ‘김 부위원장의 트럼프 대통령 면담 불발’로 알려져, 이번에는 김 부위원장이 워싱턴으로 직행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외교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도 “김 부위원장 방미의 핵심 요소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이라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번에도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휴대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북-미 고위급회담의 주목적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준비로 알려진 만큼, 정상회담 개최 일시와 장소를 비롯해 의제까지도 논의될 전망이다. 북-미 협상에 밝은 정부 소식통은 “고위급에서 시간과 장소는 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상회담 개최 시기는 실무 준비를 위해 4~6주가 필요하다고 알려져 대략 2월 중하순께로 관측되고, 미국 언론은 베트남과 타이 등이 유력한 후보지라고 전하고 있다. 의제와 관련해서는 지난해 11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의제로 ?‘핵 신고·사찰·폐기 로드맵’을 시사한 바 있다. 조성렬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 신년사에서 언급된 핵무기 생산 중단과 최근 폼페이오 장관이 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생산 중단에 핵물질 생산 중단까지 확장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응조처와 관련해서는 북핵 시설 검증을 위한 거점 형태의 연락사무소가 가장 많이 거론된다. 부분적 제재완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북-미가 구체 협의를 위해 1차 정상회담 때처럼 별도의 실무회담을 할지도 관심사다. 공교롭게도 15일 북한의 대미 실무협상 창구인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베이징 공항에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최 부상은 공항에서 기자들이 목적지를 묻자 “스웨덴 국제회의에서 얘기하자”고 말했다. 그의 움직임은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실무협상 파트너라는 점에서 주목되지만, 스웨덴에서 미국 쪽과 접촉할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김지은 기자,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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