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에 도착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18일(현지시각) 스웨덴 외무부를 방문해 마르고트 발스트룀 외무장관을 면담한 뒤 나오고 있다. 스톡홀름/연합뉴스
북-미가 2차 정상회담을 2월 말께 개최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양쪽의 비핵화-관계정상화 실무협의를 이끄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19일(현지시각) 스웨덴에서 처음 마주 앉았다. 지난주 북-미 고위급회담 및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면담 결과를 바탕으로 양쪽이 2차 정상회담의 ‘내용’을 채우는 협상의 포문을 연 셈이다.
이번 회의는 무엇보다 비건 특별대표가 지난해 9월 취임한 지 4개월 만에 최선희 부상과 처음으로 마주 앉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동안 북한은 상응조처 제공에 소극적인 미국의 실무진 대신 트럼프 대통령과의 ‘직거래’를 요구하며 실무 및 고위급 협상을 꺼려왔다. 따라서 비건 특별대표가 스웨덴으로 간 것은 북-미 고위급회담 등에서 ‘다음 단계를 논의할 만한’ 긍정적인 신호가 있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북-미 실무협상 대표가 19일부터 22일까지 3박4일간 ‘합숙 협의’를 한다고 알려져 상견례 이상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북-미 실무협상이 진행되는 곳은 스톡홀름에서 북서쪽으로 50㎞가량 떨어진 ‘학홀름순드 콘퍼런스’로 알려졌다. 스웨덴 남동부의 멜라렌 호수에 있는 시설로, 외부에서 접근하기 어려워 주요 회의가 열리곤 하는 곳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실무접촉이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된 게 아니어서 일단 북-미가 탐색전 성격의 협의에 치중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성렬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김영철-폼페이오 회담 내용이 충분히 검토된 단계가 아니다. (스톡홀름 협의가) 거의 동시에 이뤄지는 것이어서 이번 실무회담에서는 탐색적 대화 정도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최선희-비건 실무협의’에서 밀도 있는 성과가 나온다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5차 방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선희-비건’ 협의 채널이 상시적으로 운영되면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좌우할 정도로 비중이 커질 수 있다. 1차 정상회담이 상징성에 치우쳤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만큼 내실을 채워야 하고, 의제 논의는 두 사람이 주도적으로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북-미가 2차 정상회담의 목표를 어떻게 설정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지난해 11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의제로 ‘핵 신고·사찰·폐기 로드맵’을 시사한 바 있으나, 북-미 협상이 멈춰 서 있던 점을 볼 때 2월 말 회담 전까지 양쪽이 로드맵에 합의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대신 최근 외교가에서는 북-미가 2차 정상회담에서 핵물질 생산 중단·신고와 연락사무소 설치 등 초기 교환 목록에 합의하는 이른바 ‘스몰딜’(small deal)을 통한 ‘단계적 이행’ 방식을 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번 ‘국제회의’는 스웨덴 외교부 주최로 남·북·미·스웨덴 쪽 인사들이 참여하는데, 한국에서는 북핵 협상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합류했다. 북-미 협의뿐 아니라 남북, 남-북-미 3자 협의가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김지은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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