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6일 출항 준비 중인 세종대왕함 전투통제실을 찾아 일본 초계기의 위협비행에 군의 대응수칙대로 적법하고 강력하게 대응할 것을 지시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일본 초계기의 위협비행에 대해 우리 군이 ‘엄격하면서도 엄중한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군의 대응수칙과 국제법규를 준수하면서 적법한 범위에서 가장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군은 당분간 한-일 군사협력에 차질이 생기더라도 경계와 압박을 풀지 않을 방침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27일 “일본이 여전히 초계기의 위협비행과 관련 증거를 부인하고 있어 이런 행위가 앞으로도 재발할 상황을 가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군으로선 모든 상황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당분간 한-일 군사협력에도 차질이 예상된다”며 “그러나 일본의 태도가 변하지 않는 한 군의 대비태세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26일 부산에 있는 해군작전사령부(해작사)를 찾아 일본 초계기가 다시 위협비행을 할 경우 군의 대응수칙대로 적법하고 강력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해군 조종사용 가죽점퍼를 입고 해작사를 방문한 그는 “정상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장병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어떠한 행위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출항 준비 중인 세종대왕함 전투통제실도 찾아 철저한 대비태세를 주문했다.
정 장관의 해작사 방문은 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상이 전날 해상자위대 아쓰기 기지를 찾은 데 대한 대응 차원에서 이뤄졌다. 아쓰기 기지는 지난해 12월20일 광개토대왕함으로부터 추적레이더를 조준당했다고 주장한 P-1 초계기가 배치된 곳이다. 정 장관은 “일본 초계기의 위협비행은 세계 어느 나라 해군도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며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강조했다.
박한기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앞서 25일 부대에 내려보낸 ‘지휘서신 1호'에서 일본 초계기의 위협비행에 대비해 군의 작전반응시간 단축과 신속하고 정확한 보고체계 확립을 주문했다. 박 의장은 서신에서 “국가 안보와 국민의 안전에 직결되는 포괄적 위협에 대비한 작전 기강 확립과 전방위 대비태세를 갖출 것”을 당부했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합참은 군의 대응수칙을 구체화하는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다른 나라 초계기가 우리 함정과 10마일(16㎞) 거리 안으로 들어오면 경고통신을 하고 문구도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는 초계기가 5마일(8㎞) 거리 안으로 들어왔을 때 경고통신을 내보냈다. 초계기가 위협비행을 하면 함정에 탑재된 대잠수함 헬기를 기동하고, 주변에서 작전 중인 우리 초계기가 있으면 긴급 투입하는 방안도 따져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합참의 대응수칙에는 최악의 경우 함정의 무기체계를 가동해 ‘자위권적 조처’를 취하는 방안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대화의 문’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일본 방위성이 21일 내놓은 ‘최종 견해’에서 한국과의 협의 중단을 선언한 바 있어 당분간 대화 재개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한-일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한-미-일 군사협력의 틀까지 상처를 입을 수 있어 미국의 중재가 필요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국방부는 이번 사안이 한-일 간의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기본적으로 한-일 두 나라 사이에서 발생한 문제”라며 “매듭도 두 나라가 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24일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을 만났으나 일본 초계기 대응과 관련한 논의는 하지 않았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유강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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