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를 방문해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비공개 면담한 뒤 청사를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국방부는 29일 한-일 ‘위협비행-레이더' 갈등과 관련해 “한-미-일 문제도 중요하기 때문에 미국이 관심을 갖고 있다면 우리도 해야 할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갈등은 “한-일 간 실무 차원에서 협의할 사안”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덧붙인 것이다. 국방부가 공개적으로 ‘미국의 관심’을 언급하기는 처음이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최근 한-일 군사갈등과 관련해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며 이렇게 밝혔다. 전날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의 비공개 면담에서 한-일 갈등과 관련한 협의가 있었다는 관측을 뒷받침한다. 미국으로선 한-일 갈등이 한-미-일 협력의 틀을 해치는 상황으로 발전하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미국의 관심’이 미국의 중재나 개입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미국은 한-일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중간에 끼어드는 것이 자칫 어느 한쪽을 편드는 것으로 비칠까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리스 대사와 정 장관의 만남이 비공개로 진행된 것도 미국이 이 문제에 개입하는 모습으로 비치는 것이 내키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은 지금까지 공개적으로 이 문제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 국방부 당국자는 “비공개 형식은 한-미가 협의해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가 미국의 관심을 언급한 가운데 김태진 외교부 북미국장이 유엔사 초청으로 30∼31일 주일 유엔사 후방기지를 방문한다. 김 국장은 방문 기간에 기지를 시찰하고 유엔사·주일미군 관계자를 만날 예정이다. 일본 외무성 북미국장과의 면담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면담이 성사되면 미국이 주도하는 유엔사를 매개로 한-일 당국자 접촉이 이뤄지는 모양이 된다. 한-미-일 협력의 틀이 작동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유엔사의 이번 초청은 지난해 12월20일 한-일 초계기 갈등이 벌어진 이후에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김 국장이) 한-일 간 초계기 문제와 관련한 임무를 가지고 가는 것은 아니지만, 만약 일본 쪽에서 관련된 얘기를 해오면 들을 준비는 돼 있다”고 말했다.
유강문 선임기자, 박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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