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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비건-김혁철 평양서 의제 조율…‘제재 완화’ 최대 이슈

등록 2019-02-06 16:43수정 2019-02-06 21:14

비건, 특별기로 평양 도착 실무협상 들어가
북한 비핵화-미국 상응조처 고밀도 협의 예상
실무협상서 향후 로드맵 그릴까도 관심
평양 체류기간, 김정은 위원장 면담 여부 불확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탄 것으로 추정되는 특별기가 6일 오전 오산 미군기지에서 이륙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탄 것으로 추정되는 특별기가 6일 오전 오산 미군기지에서 이륙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6일 평양에 도착해 북한의 대화 상대인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전 스페인 대사)와 2차 북-미 정상회담 의제 조율에 들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국정연설을 통해 27~28일 베트남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공개한 직후 열린 첫 실무협상이어서 ‘고밀도 협의’가 예상된다.

비건 대표의 평양행은 지난해 10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함께 방북한 이후 3개월여 만이지만, 실무협상 대표로서 단독 방북은 처음이다. 김 특별대표는 지난달 18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의 방미 당시 워싱턴에서 비건 대표의 대화 상대로 새롭게 등장했다. 북-미 실무협상을 이끌 비건-김혁철 라인이 본격 가동하는 셈이다.

두 사람은 이번 실무협상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 테이블에 오를 의제를 조율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 등 비핵화 조처와 미국의 상응 조처 사이에 균형을 잡는 게 핵심 과제다. 비건 대표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미국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의 상응 조처를 조건으로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시설의 해체를 약속했다며, 이에 대한 상응 조처를 실무협상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의 상응 조처로는 종전선언과 연락사무소 개설, 인도적 지원 확대 등이 꼽힌다.

북한은 이들 조처에 더해 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있어 이에 대한 미국의 응답이 실무협상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비건 대표는 앞서 “미국은 비핵화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대북 제재를 해제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북한이 모든 것을 하기 전까지 우리가 아무것도 안 하겠다고 말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경우에 따라서는 부분적인 제재 완화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풀이도 가능하다. 미국은 비핵화 이후 ‘북한의 밝은 미래를 담보할 경제협력 패키지’를 제안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실무협상이 북한의 비핵화 조처와 미국의 상응 조처를 연계한 ‘로드맵’ 합의로 발전할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비건 대표는 영변 핵시설 폐기→영변 이외 핵시설 폐기→핵무기 제거로 이어지는 큰 틀의 로드맵을 제시한 바 있다. ‘어느 시점’에선 ‘핵 관련 포괄적 신고 및 검증’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이를 비핵화 앞으로 못박지 않았다는 점에서 미국이 신뢰 구축을 통한 단계적 접근의 불가피성을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비건 대표가 평양을 공개 방문한 것은 그간 북-미 협상에서 진전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관측도 있다. 미국의 공관이 없는 평양에서 협상하는 데 따르는 불편함을 고려하면 비건 대표가 이번 실무협상에서 상당한 권한을 위임받아 행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북한으로선 김 위원장의 의견을 신속하게 협상에 반영할 수 있다. 조성렬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비건 대표가 실무협상을 넘어 김영철 부위원장, 나아가 김정은 위원장의 의중까지 파악하려고 한 듯하다”며 “비건 대표가 파격적인 제안을 한다면 북한 최고위층이 결심이 서야 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비건 대표의 평양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김 특별대표 외에 북한의 고위급 인사를 만날 것인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비건 대표가 6일이나 7일 오전 돌아올 일정을 잡고 촉박하게 협상에 임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외교 관례상 비건 대표가 김 위원장을 만날 가능성은 낮지만, 실무협상 결과에 따라선 전격적인 면담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비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께 서해 직항로를 이용해 평양 순안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비건 대표는 3~4일 서울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을 만나 실무협상 전략을 논의했다.

유강문 선임기자, 노지원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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