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북한연구학회 양문수 회장
“한국 사회가 ‘북핵의 블랙홀’에서 빠져나와야 합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2월말 열릴 북-미 2차 정상회담에서 ‘핵과 경제협력의 빅딜’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양문수(56) 북한연구학회장이 제시한 한국 사회의 과제다. 북한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북한연구학회를 올해 초부터 이끌고 있는 양 회장은 “현재 한반도가 큰 전환의 시점을 맞이하고 있다”고 본다. “우리가 설마 이런 상황이 오겠느냐 했던 ‘통일’이나 ‘평화체제’ 같은 상황들이 가시화할 수 있는 시기”라는 것이다.
물론 거저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상황은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현실이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양 회장은 “북핵 중심으로 북한의 모든 것을 재단해온 ‘북핵의 블랙홀’에서 우리 사회가 벗어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한다.
이명박-박근혜 10년 ‘북핵’ 빠져들어
‘북한 어떤 곳인지’ 장막 가려 ‘무지’
북미 2차회담 ‘핵-경협 빅딜’ 가능성
“북의 경제개발 모델 예측·대비해야” 올 4차례 학술대회 ‘기초연구 강화’
“북 제대로 알아야 남이 변화 주도” 양 회장은 대표적인 북한 전문 경제학자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기자 생활을 하다가 1990년대 중반 일본으로 유학해 도쿄대에서 ‘북한 연구’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한 뒤 엘지(LG)경제연구원을 거쳐 2002년 9월부터 북한대학원대학에서 교편을 잡았다. 지난해 9월부터는 이 대학 교학부총장을 맡고 있다. 그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북한을 제재의 대상으로만 보는 북한 연구가 횡행할 때도, ‘북한도 통일의 주체’라는 시각을 지켜온 학자 중 한명으로 평가받는다. 그가 말한 ‘북핵의 블랙홀’이란 특히 이명박·박근혜 시기를 거치면서 강화된 ‘북한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방법과 시각’을 가리킨다. ‘북한이 어떤 곳인가’ 알려고 하기보다는 ‘북핵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데 온통 신경을 써왔다는 게 그의 문제 제기이다. 이에 따라 “어느 순간 북핵 문제가 북한 연구의 알파요 오메가가 돼버리면서 다른 모든 주제를 다 삼켜버렸다”. 북한을 제대로 알고자 하는 대중적 관심과 학술적 욕구를 북핵이 블랙홀처럼 빨아들여버린 것이다. 11일 서울 삼청동 북한대학원대학에서 만난 양 회장은 “‘북핵의 블랙홀’은 많은 한계를 갖고 있다”고 말을 꺼냈다. 무엇보다 북한이라는 본질에 다가가기보다 ‘단기적 대증요법’에 치중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런 접근방식은 북한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는 우리 사회의 능력을 크게 떨어뜨려 버렸다. 양 회장은 이에 따라 “‘북핵의 블랙홀’이 ‘북한 경제가 파산 상태’라든가 ‘개혁·개방에 나설 수 없다’는 등의 고정관념 속에 우리 사회를 가두고 벗어나지 못하게 했다”고 말한다. 그는 북한 연구 학계는 물론 우리 사회 전체가 “북한이 2018년 초반 이후 근본적인 전환에 나설 가능성을 예측 못한 것”을 대표적인 예로 꼽았다. 그는 북한의 행동에 대한 이런 빈약한 예측력은 앞으로 남북한과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이 맞물리면서 진행될 대변화의 시기에 한국의 주도력을 크게 제약할 수 있다고 본다. 양 회장은 이에 따라 북-미 간 빅딜이 예견되는 이제라도 ‘북핵의 블랙홀’에서 벗어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것은 “대한민국 70년 역사상 처음으로 외교라는 것을 해보고 있는” 현 상황을 유지·발전시키기 위해서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양 회장은 ‘북핵의 블랙홀’에서 벗어나는 가장 중요한 방법으로 북한에 대한 ‘기초연구’를 강화하는 것을 꼽는다. 북한의 정치·경제·사회·문화·여성 등 각 분야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있는 그대로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연구를 말한다. 현안 해결을 위한 단기적이고 대증적인 ‘정책연구’와는 대별되는 개념이다. 기초연구는 그것이 한반도 미래에 대한 올바른 시뮬레이션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북한이 본격적인 경제개발을 할 경우 어떤 모델을 취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제대로 답하기 위해서는 북한 경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지향점을 기초연구를 통해 파악해야만 한다. 그것은 ‘북핵의 장막’을 넘어서야 가능한 일이다. 그는 이렇게 올바른 시뮬레이션이 가능해야 비로소 올바른 대북정책도 가능하다고 본다. 그 속에서 한국이 향후 한반도 변화의 주도력을 놓치지 않을 힘이 나온다고 강조한다. 양 회장은 ‘북한에 대한 기초연구 강화’를 선도해나가는 것이 현 시기 북한연구학회에 맡겨진 과제라고 생각한다. 이에 따라 올해 봄·여름·가을·겨울 네번 진행되는 학술대회를 이런 기초연구 강화를 열쇳말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렇게 북한연구학회가 ‘북핵의 블랙홀’을 벗어나는 길을 앞서 열어나갈 때 국책연구기관들의 정책연구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그는 믿는다. 그것은 어쩌면 왜곡된 이미지로 상대방을 보아왔던 남북한 사람들이 서로를 좀 더 가깝게 느낄 수 있게 하는 지름길이기도 할 것이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북한연구학회장인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 교수가 11일 연구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김보근 선임기자
‘북한 어떤 곳인지’ 장막 가려 ‘무지’
북미 2차회담 ‘핵-경협 빅딜’ 가능성
“북의 경제개발 모델 예측·대비해야” 올 4차례 학술대회 ‘기초연구 강화’
“북 제대로 알아야 남이 변화 주도” 양 회장은 대표적인 북한 전문 경제학자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기자 생활을 하다가 1990년대 중반 일본으로 유학해 도쿄대에서 ‘북한 연구’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한 뒤 엘지(LG)경제연구원을 거쳐 2002년 9월부터 북한대학원대학에서 교편을 잡았다. 지난해 9월부터는 이 대학 교학부총장을 맡고 있다. 그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북한을 제재의 대상으로만 보는 북한 연구가 횡행할 때도, ‘북한도 통일의 주체’라는 시각을 지켜온 학자 중 한명으로 평가받는다. 그가 말한 ‘북핵의 블랙홀’이란 특히 이명박·박근혜 시기를 거치면서 강화된 ‘북한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방법과 시각’을 가리킨다. ‘북한이 어떤 곳인가’ 알려고 하기보다는 ‘북핵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데 온통 신경을 써왔다는 게 그의 문제 제기이다. 이에 따라 “어느 순간 북핵 문제가 북한 연구의 알파요 오메가가 돼버리면서 다른 모든 주제를 다 삼켜버렸다”. 북한을 제대로 알고자 하는 대중적 관심과 학술적 욕구를 북핵이 블랙홀처럼 빨아들여버린 것이다. 11일 서울 삼청동 북한대학원대학에서 만난 양 회장은 “‘북핵의 블랙홀’은 많은 한계를 갖고 있다”고 말을 꺼냈다. 무엇보다 북한이라는 본질에 다가가기보다 ‘단기적 대증요법’에 치중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런 접근방식은 북한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는 우리 사회의 능력을 크게 떨어뜨려 버렸다. 양 회장은 이에 따라 “‘북핵의 블랙홀’이 ‘북한 경제가 파산 상태’라든가 ‘개혁·개방에 나설 수 없다’는 등의 고정관념 속에 우리 사회를 가두고 벗어나지 못하게 했다”고 말한다. 그는 북한 연구 학계는 물론 우리 사회 전체가 “북한이 2018년 초반 이후 근본적인 전환에 나설 가능성을 예측 못한 것”을 대표적인 예로 꼽았다. 그는 북한의 행동에 대한 이런 빈약한 예측력은 앞으로 남북한과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이 맞물리면서 진행될 대변화의 시기에 한국의 주도력을 크게 제약할 수 있다고 본다. 양 회장은 이에 따라 북-미 간 빅딜이 예견되는 이제라도 ‘북핵의 블랙홀’에서 벗어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것은 “대한민국 70년 역사상 처음으로 외교라는 것을 해보고 있는” 현 상황을 유지·발전시키기 위해서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양 회장은 ‘북핵의 블랙홀’에서 벗어나는 가장 중요한 방법으로 북한에 대한 ‘기초연구’를 강화하는 것을 꼽는다. 북한의 정치·경제·사회·문화·여성 등 각 분야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있는 그대로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연구를 말한다. 현안 해결을 위한 단기적이고 대증적인 ‘정책연구’와는 대별되는 개념이다. 기초연구는 그것이 한반도 미래에 대한 올바른 시뮬레이션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북한이 본격적인 경제개발을 할 경우 어떤 모델을 취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제대로 답하기 위해서는 북한 경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지향점을 기초연구를 통해 파악해야만 한다. 그것은 ‘북핵의 장막’을 넘어서야 가능한 일이다. 그는 이렇게 올바른 시뮬레이션이 가능해야 비로소 올바른 대북정책도 가능하다고 본다. 그 속에서 한국이 향후 한반도 변화의 주도력을 놓치지 않을 힘이 나온다고 강조한다. 양 회장은 ‘북한에 대한 기초연구 강화’를 선도해나가는 것이 현 시기 북한연구학회에 맡겨진 과제라고 생각한다. 이에 따라 올해 봄·여름·가을·겨울 네번 진행되는 학술대회를 이런 기초연구 강화를 열쇳말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렇게 북한연구학회가 ‘북핵의 블랙홀’을 벗어나는 길을 앞서 열어나갈 때 국책연구기관들의 정책연구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그는 믿는다. 그것은 어쩌면 왜곡된 이미지로 상대방을 보아왔던 남북한 사람들이 서로를 좀 더 가깝게 느낄 수 있게 하는 지름길이기도 할 것이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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