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베트남 하노이의 ‘베트남-북한 우정 유치원’에 북한 방문단을 환영하는 현판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다음날인 3월1일부터 2일까지 베트남 공식 방문 일정에 들어간다. 첫날 주석궁을 방문해 응우옌푸쫑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응우옌쑤언푹 총리 등 베트남 최고지도부를 두루 만날 것으로 전망된다. 베트남의 개혁개방 현장을 직접 둘러보는 일정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의 베트남 공식 친선방문 일정은 하노이 시내에 있는 ‘호찌민 주석 묘지’를 찾는 것으로 시작할 공산이 크다. 베트남을 찾는 외국 정상은 관례적으로 이곳을 먼저 찾아 헌화한다. 지난해 3월 베트남을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도 이곳을 찾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1945년 9월 베트남 독립을 선언했던 바딘 광장 중앙에 자리잡고 있어 김 위원장의 숙소인 멜리아호텔과 가깝다.
김일성 주석과 호찌민 주석의 각별했던 관계를 생각하면 김 위원장이 호찌민 주석이 생전에 거주했던 관저를 방문할 가능성도 있다. 호찌민 주석이 1969년 생을 마감할 때까지 거주했던 이곳에는 그가 사용했던 나무책상과 침대, 책과 시계 등이 전시돼 있다. 올해는 호찌민 주석이 숨진 지 50주년이 되는 해다.
김 위원장의 방문지와 관련해선 김일성 주석의 길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1958년 베트남을 공식 방문한 김일성 주석은 남딘성의 방직공장, 농업협동조합, 육군 군관학교 등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딘성 방직공장은 당시 동남아시아에서 최대 규모였다고 한다. 1964년 베트남을 다시 찾았을 때는 유명 관광지인 할롱베이를 방문했다. 경제개발 현장을 둘러보고, 북한과 베트남의 우호관계를 상징하는 곳을 두루 찾은 셈이다.
김 위원장이 찾을 경제개발 현장으로는 박닌성의 하이퐁 산업단지가 우선 거론된다. 경제발전 집중 노선을 채택하고 첨단기술 도입을 강조하는 김 위원장의 눈높이에도 맞는다. 하이퐁에는 베트남 최초의 완성차 업체 ‘빈패스트’ 생산공장과 엘지전자 등이 입주해 있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할롱베이 역시 북한이 원산갈마지구 관광개발에 부쩍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방문지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을 수행한 북한 경제관리들이 27일 오전 빈패스트 공장과 할롱베이를 둘러보기도 했다.
북한 경제관리들의 시찰이 김 위원장의 방문에 앞선 답사인지는 불확실하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이곳을 다시 찾기보다는 박닌성 옌퐁 산업단지를 방문할 것으로 점치기도 한다. 옌퐁에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공장이 있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개성공단 재개 등 남북 경제협력을 강조한 바 있어 실제로 방문이 이뤄질 경우 의미가 적지 않다.
<노동신문>이 27일 김 위원장의 베트남 공식 친선방문 일정을 전하며 베트남의 농업 발전을 거론한 기사를 따로 실은 점도 주목된다. <노동신문>은 “남은 농업발전에 대한 국가적 투자를 체계적으로 늘임으로써 알곡생산량을 높여 식량을 자급자족하고 있을 뿐 아니라 세계적인 쌀수출국으로 되였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베트남의 산업단지와 함께 농업개발 현장을 둘러볼 가능성도 있다.
북한과 베트남의 우호관계를 상징하는 곳으로는 하노이의 ‘베트남-북한 우정 유치원’과 박장성의 북한지원군 묘역이 꼽힌다. 1978년 북한의 지원으로 세워진 우정 유치원에는 김정은반(원래는 김일성반이었으나 2011년 이름을 바꿈)이 개설돼 있다. 북한지원군 묘역에는 베트남전쟁에 참전해 숨진 북한 병사 14명을 기리는 추모비가 있다. 일각에선 이곳이 미국과 북한의 적대관계를 환기시키는 곳이기도 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유강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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