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 관련 기업·단체들 기대만큼 큰 실망
“종일 다른 일 못하고 뉴스만 봤는데…”
“정상화 밑돌 쌓아온 만큼 희망 잃지 않겠다”
“종일 다른 일 못하고 뉴스만 봤는데…”
“정상화 밑돌 쌓아온 만큼 희망 잃지 않겠다”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북미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종료되면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가동 등 남북경협 사업 재개를 기대해온 기업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금강산 관광을 주관해온 현대그룹 관계자는 28일 오후 <한겨레>와 통화에서 “할 말이 없다. 참 아쉽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종일 다른 업무는 손도 못댄 채 티브이 뉴스만 봤는데, (관광 재개가) 참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고 했다.
개성공단기업비상대책위원회는 “회담 결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지만, 기대감을 한껏 내비치던 이른 오후에 비해 축 가라앉은 분위기였다. 신한용 개성공단기업비대위원장은 합의 결렬 소식이 전해지기 전 <한겨레>와 통화에서 “3년의 체증이 내려갈 거 같다”고 했다. 그는 “(4·27 판문점선언과 6·12 제1차 북미정상회담 당시) 기대를 많이 해서 실망이 컸지만, 지금은 잘 되리란 기대가 크다. 다른 기업인도 똑같은 생각”이라고 했었다.
현대그룹의 금강산 관광은 2003년부터 누적 관광객 195만6천명에 달했다. 그러나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이 발생한 뒤 이명박 정부는 관광 중단 조처를 내렸다. 이후 지속적으로 금강산 관광 재개를 요구하던 북한은 2011년 금강산 지구 내 남쪽 자산으로 분류되는 이산가족면회소와 소방서 등 정부 자산을 몰수하고 민간 소유 건물과 시설 등을 동결했다.
개성공단 입주업체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북한의 핵실험에 따른 대북 제재 조처로 2016년 2월 공단 가동이 전면 중단되자 입주기업들은 설비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채 떠나야 했다. 개성공단기업비상대책위원회와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4월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입주기업의 13.9%는 생산 중단으로 폐업 상황에 놓였으며 다른 기업들도 운영자금 부족, 거래처 확보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개성공단이 재개될 경우 재입주 의사를 나타낸 기업은 97%에 이르렀다.
문재인 정부 들어 남북 및 북미 간 경색 국면이 일부 해소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특히 올해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는 재가동 의사를 밝히면서 기대감이 고조됐다.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금강산 관광와 개성공단 재개의 물꼬가 트일 거란 전망도 힘을 얻었다.
업체들은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크게 낙담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그간 정상화 밑돌이 쌓여온 만큼, 하루빨리 다시 재개 여건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기대와 희망을 잃지 않고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소은 신민정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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