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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북한 ‘영변 핵시설 폐기’에 ‘+α’ 원한 미국식 셈법 충돌

등록 2019-03-01 20:41수정 2019-03-01 20:46

북-미 설명으로 재구성한 하노이 담판
김 위원장, 영변 핵시설 폐기에 핵실험 영구 중단 등 제안
트럼프, 새로운 핵시설 제시하며 ‘플러스 알파’ 요구한 듯
대북 제재 해제 놓고도 해석 차이
북, 민생제재 5건 해제 강조에 미, 사실상 ‘전면 해제’ 판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8일 ‘하노이 담판’에선 북한의 비핵화 조처와 미국의 상응 조처를 놓고 막판까지 치열한 협상이 벌어졌다. 합의가 무산된 직후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기자회견, 이어 열린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부상의 ‘반박 기자회견’ 등을 종합하면, 당시 북-미가 충돌했던 과정과 쟁점들을 엿볼 수 있다.

북-미 어느 쪽이 먼저 자신의 ‘패’를 공개했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리 외무상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을 보면 김 위원장의 제안이 좀더 구체적이다. 영변 핵시설 폐기의 범위와 관련해선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포함한 모든 핵물질 생산시설들’이라고 명시했고, 최종 목표는 영구적 폐기, 방식은 북-미 두 나라 기술자들의 공동 작업을 제시했다. 미국 쪽에선 북한이 제시한 영변 핵시설의 범위가 모호했다는 문제 제기를 했지만, 방식에 대해선 가타부타 언급하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이 제시한 방법에 특별한 이의가 없었던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은 비핵화 대상의 범위와 관련해 영변 핵시설에 만족할 수 없다며 이른바 ‘영변+알파’를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더 필요했다”고 공개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미사일도 빠져 있고, 핵탄두 무기체계도 빠져 있어서 합의를 못 했다”며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두 사람이 언급한 ‘영변 외의 핵시설’도 이런 논쟁 상황에서 북한에 제시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놀랐던 것 같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언을 보면, 미국이 우라늄 농축시설로 추정될 수 있는 특정 장소의 인공위성 사진 등 구체적인 물증을 제시하면서 북한을 압박했을 수 있다. 미국이 ‘알파’의 대상으로 포괄적인 핵 신고와 검증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음을 시사한다.

미국의 요구에 김 위원장은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 중단을 영구적으로 중단하겠다는 약속을 ‘+알파’로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약속을 문서화할 수 있다는 용의도 표명했다. 하지만 양쪽이 생각하는 ‘알파’의 간극은 너무 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월28일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회담했다고 <조선중앙통신>1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월28일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회담했다고 <조선중앙통신>1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의 비핵화 제안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처를 놓고도 양쪽의 주장은 엇갈린다. 리 외무상은 “유엔 제재 11건 가운데서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채택된 5건, 그중에서도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하라고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리 외무상이 언급한 5개 제재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채택됐다. 북한의 석탄·섬유 수출 금지,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 제한 등 북한 경제 전반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는 제재의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은 민생 분야 제재 해제의 필요성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솔직히 설명한 듯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이미 제재가 굉장히 강력해 더 필요하다고 보지 않는다”며 “북한 주민들도 생계를 이어가야 하고, 그건 나한테도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설명에도 미국은 북한의 요구를 사실상의 제재 전면 해제로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기본적으로 그들은 제재를 전부 해제받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북한이 석탄·석유 수출로 벌어들인 돈으로 핵·미사일을 개발하고 있어 ‘민수용과 군수용’ 관련 제재를 무 자르듯 구분하기 어렵고, 제재의 틈이 벌어지면 제재 틀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미국의 인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으로선 북한이 핵물질과 핵무기는 그대로 가진 상태에서 제재를 해제할 경우 이후 협상에서 지렛대를 상실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런 미국의 셈법에 벽을 느낀 듯하다. 최 부상은 “우리의 제안을 미국 측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친 것이나 같다고 생각한다”며 “이번에 제가 수뇌회담을 옆에서 보면서 우리 국무위원장 동지께서 미국식 계산법에 대해서 이해하기 힘들어하지 않는가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유강문 선임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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