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국방당국은 올해부터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이란 이름의 연합훈련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국방부가 3일 밝혔다. 사진은 3일 경기도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 모습. 연합뉴스
한국과 미국이 해마다 실시해온 연합 군사훈련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을 올해부터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끝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외교적 과정이 유지될 것이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군사적 노력 또한 지속될 것임을 알리는 강력한 신호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부 장관 대행은 2일 밤 전화 통화를 하고 이렇게 결정했다고 국방부가 3일 밝혔다. 지휘소 연습인 ‘키리졸브 연습’은 ‘동맹’이라는 한글 이름의 연습으로 대체되고, 야외 기동훈련인 ‘독수리 훈련’은 별도의 명칭 없이 대대급 규모 위주로 연중 실시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한-미 국방당국의 통화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끝나고 이틀도 채 지나지 않아 이뤄졌다. 북-미 정상회담 합의 무산 이후 상황 악화를 방지하면서 향후 협상의 동력을 유지하자는 데 한-미가 공감한 조처로 보인다. “두 장관은 이런 동맹의 결정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외교적 노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양국의 기대가 반영된 조치임을 분명히 했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미국의 이번 결정은 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를 영구 중단하는 것을 문서로 약속할 용의가 있음을 밝힌 데 대한 군사적 상응 조처라고도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숙소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이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거듭 강조하며, 한-미 연합 군사훈련 재개 여부를 묻는 질문엔 “그건 오래전에 포기했다”고 밝힌 바 있다.
키리졸브 연습은 유사시 한반도 밖에서 투입된 미군을 신속하게 전개할 수 있는 능력을 숙달하기 위한 것으로, 실내에서 컴퓨터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진행된다. 2008년부터 전시작전권 전환에 대비해 한국군 위주로 바뀌었다. 올해엔 전시작전권 전환 조건을 검증하기 위한 첫 단계인 최초작전운용능력(IOC) 평가가 이뤄질 전망이다. ‘동맹’으로 명명된 새 지휘소 연습은 4일부터 12일까지 진행된다. 종전보다 기간이 절반으로 줄었다. ‘동맹’ 앞에는 ‘19-1’ 식으로 그해 연도가 붙을 것으로 알려졌다.
독수리 훈련은 실제 병력과 장비가 투입되는 야외 기동훈련이다. 1975년부터 ‘폴 이글’(Foal Eagle)이란 영어 이름으로 불리다 2008년부터 키리졸브 연습과 통합해 실시했다. 특정 시기에 대규모 병력과 장비가 집중되는 훈련이어서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국방부 당국자는 “시기와 규모를 분산함으로써 과거의 과시적인 성격에서 벗어나 실질적 내용을 담보하는 쪽으로 훈련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결정으로 B-1B 폭격기와 항공모함, F-22 스텔스 전투기 등 미군 전략무기의 한반도 전개도 계속 중단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는 지난해 6월12일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과 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를 중단하면서 전략무기를 한반도에 전개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우리의 주장’이라며 ‘외세와의 합동 군사훈련’과 ‘외부로부터의 전략자산 반입’ 중단’을 요구한 바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각) 메릴랜드주 내셔널하버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 연설에서 하노이 회담은 실패가 아니라며 “우리는 지난 며칠간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북한은 협상을 타결한다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밝은 경제적 미래를 갖겠지만, 핵무기를 보유한다면 어떤 경제적 미래도 없다”고 강조했다.
유강문 선임기자,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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