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 성과와 과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월28일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단독회담과 확대회담을 했다고 1일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관계 악화 막으려 상대 배려
후퇴 않는다는 ‘역진 방지’ 공감 “두 정상이 회담 이후 서로를 배려하며 상황 관리에 애를 쓰고 있다. 이번에 확인된 가장 큰 성과의 하나다.”(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두 정상이 ‘판을 깰 생각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김준형 한동대 교수) 고위 소식통은 3일 “북-미 정상이 ‘역진 방지’에 공감한다는 게 확인되고 있다”며 “후퇴만 하지 않는다면 다시 전진할 수 있다”고 기대 섞인 분석을 내놨다. 실제 김 위원장은 하노이 회담에서 “생산적인 대화들을 계속 이어나가기로 했다”는 메시지를 <노동신문>을 통해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도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과 관계가 매우 돈독하다. 궁극적으로 서로 합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과② 드러난 ‘거래의 조건’
비핵화·제재 완화 수위 확인
불확실성 제거로 새 회담 기반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통째로 포기할 생각이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영변이 폐기되면 나머지 비핵화 과정이 빨라질 수 있다. 가장 큰 성과다.”(고위 소식통)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모든 쟁점이 분명해졌다. 3차 정상회담에서 더 높은 차원의 합의가 이뤄질 기반이 마련됐다.”(조성렬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종석 전 장관은 “북쪽이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 더구나 미국 전문가의 사찰·검증과 북-미 양국 기술자의 공동작업 폐기 방안을 제안한 사실이 매우 중요하다”며 “새로운 모색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실제 리용호 외무상은 하노이 심야 회견에서 ①영변 핵시설의 영구 폐기 ②핵실험·장거리로켓발사 영구 중지 문서 약속을 주고, “2016~2017년 유엔 제재 결의 5건 중 민수경제·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 먼저 해제”를 받고 싶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영변 핵시설 폐기를 넘어 “우리가 발견한 다른 것”(영변 밖 우라늄농축시설)과 “미사일, 탄두, 무기시스템”이 포함된 ‘신고 리스트’를 제출해야 ‘제재 해제’를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성과③ 보완된 ‘톱다운 방식’
두 정상 ‘톱다운 단점’ 보완할
실무협상 힘 실린 건 성과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후 회견에서 “선언문이 준비돼 있었다”고 밝혔다.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실무협상에서 ‘정상회담 합의문 초안’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는 뜻이다. “1차 회담에 비해 톱다운 방식의 단점이 적잖이 보완됐다”(이종석 전 장관)거나 “톱다운+실무협상 방식이 여전히 유효하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진단이 나오는 배경이다. 과제① 여전한 신뢰 부족
미 ‘빅딜 아니면 노딜’ 전략
북 거부감 강해 걸림돌로 하노이 회담이 던진 가장 큰 화두는 비핵화 개념·방식을 둘러싼 북-미의 여전한 ‘신뢰 부족’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다. 미국 쪽은 북쪽의 ‘단계적 동시 행동 원칙’을 비핵화 의지 부족이라 읽는다. 북쪽은 이번에 드러난 미국 쪽의 “빅딜 아니면 노딜” 전략을 협상 의지 부족으로 여긴다. 골이 깊다. 미국 내 정책 혼선은 해법 찾기를 더 어렵게 한다. 비건 대표는 1월31일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동시·병행” 추진 원칙을 밝혀 ‘핵신고’를 앞세우지 않을 뜻을 내비쳤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의회·여론의 압력에 떠밀려 ‘빅딜 아니면 노딜’로 돌아섰고, 폼페이오 장관은 ‘핵신고’를 요구했다. 북-미 이견뿐만 아니라 미국 내부 혼선도 해소해야 할 과제다. 과제② 교착 장기화는 위험
미 대선 진입 땐 협상 어려워
올 안에 합의 못하면 장기화 “내년엔 미국 대선이 있어 올해가 아니면 합의가 어렵다.”(양무진 교수) 김준형 교수는 하노이 회담에서 양쪽의 ‘협상 카드’가 분명하게 드러난 게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불확실성 해소가 자칫 두 정상의 자존심 싸움으로 번지면 추동력이 급격히 소실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다수 전문가들이 “당분간 냉각기를 갖는 게 불가피하겠지만 교착 장기화는 위험하다”며 “협상이 조기 재개되도록 한국 정부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주문하는 까닭이다. 고위 소식통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혼선이 가속화될 위험이 있다”며 “이제부터는 시간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과제③ 발목 잡힌 남북관계
남북 관계로 북미 동력 살리고
북·미·중과 능동적 외교 나서야 다수 전문가들은 “금강산관광이나 개성공단 재개 등의 기본적인 요구도 이번 회담 합의 무산으로 불투명해졌다”고 우려했다. 이관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은 “비핵화 때까지 남북관계를 유보할 수 없다”며 “남북관계로 북-미 관계의 동력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석 전 장관은 정부가 “미국, 북한과 접촉하고 중국과 협조”하는 한편 “치열한 내부 토론”으로 창의적 방안을 마련해 적극적·능동적 외교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박민희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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