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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노태우·YS 정권도 ‘한미훈련중단’ 북핵협상 지렛대로 썼다

등록 2019-03-07 11:12수정 2019-03-08 08:18

한-미연합훈련 짚어보니

한국당 “국가안보 무장해제”
보수쪽 연일공세 이어가지만
1992·94년 노태우·YS정권
“북 핵사찰 수용땐 중단”제안
미 전략무기 철수 ‘훈풍’ 불어

93년 핵사찰 협상 교착 빠지면서
훈련재개하자 되레 ‘안보 위기’
긴장 완화로 평화 여정 이어가야
한국과 미국이 해마다 3·4월에 해온 키리졸브, 독수리훈련을 올해부터 그만하기로 하자, 자유한국당 등 보수세력이 ‘국가안보 무장해제’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김정재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4일 논평을 통해 “국방부는 북한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양국의 기대가 반영된 조치라고 하지만 지난주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나 북한의 비핵화는 한발도 떼지 못한 상황 속에 정부는 국가안보를 무장해제 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북핵 위협은 달라진 것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우리 국가안보의 핵심축이자 한-미 동맹의 근간인 한-미 연합훈련을 미국과의 전화 한 통으로 폐지해버린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경솔한 정책 결정”이라며 “문재인 정부는 졸속으로 이루어진 한-미 연합훈련 중단 조치를 즉각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2월 평창겨울올림픽과 6월12일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때도 한-미 연합군사훈련 연기가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에도 보수 쪽에선 안보 무장해제, 한-미 동맹 약화라고 반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월27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하면서 악수하고 있다. 회담이 결렬된 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군사훈련을 계속 중단할 뜻을 밝혔다. 하노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월27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하면서 악수하고 있다. 회담이 결렬된 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군사훈련을 계속 중단할 뜻을 밝혔다. 하노이/AP 연합뉴스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둘러싼 논란의 바탕에는 비핵화란 정책 목표를 무엇으로 달성하느냐는 인식의 차이가 놓여 있다. 보수 쪽은 군사훈련이 국가 주권과 국가안보의 문제이므로 정책 수단이 될 수 없다고 본다.

이런 주장과 달리 한-미 합동 군사훈련 역사를 살펴보면, 남북관계, 북핵 문제 등을 위한 정책 수단으로 훈련을 중단·재개한 선례가 여러차례 있다. 자유한국당의 전신이 집권했던 1992년, 1994년 팀스피릿 훈련을 중단한 바 있다.

북한 비핵화를 이유로 군사훈련을 중단한 첫 사례는 노태우 정부 때였다. 1991년 말 노태우 정부는 북한에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아들이면 팀스피릿 훈련을 중단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북한이 호응해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서명하고,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을 수용했다. 노태우 정부는 1992년 3월에 하려던 팀스피릿 훈련을 취소했다. 북한 처지에서는 팀스피릿 훈련 취소는 미국과의 관계 진전을 의미하는 가장 가시적인 증거였다. 당시 미국은 그때까지 한반도에 배치했던 전술핵무기를 모두 철수했다. 노태우 정부 때 한-미가 협의해 추진했던 팀스피릿 훈련 중단이 한-미 동맹에 나쁜 영향을 주진 않았다.

한국과 미국은 1992년 팀스피릿 훈련을 중단했지만, 남북관계, 핵사찰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1993년 팀스피릿 훈련을 재개했다. 이에 맞서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했다. 1차 북핵 위기의 시작이었다.

1994년 10월 북한과 미국이 북핵 문제의 포괄적 해결을 위한 ‘제네바 합의’를 하자, 한-미 양국은 팀스피릿 훈련을 다시 중단했다. 1992~94년 자유한국당의 뿌리인 노태우·김영삼 정권은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협상 지렛대로 한-미 군사훈련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주최 간담회에서 북-미 ‘하노이 담판’ 결렬 뒤 한반도 내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가능성은 극히 미미하다고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중단 지속 의사를 밝히고 3·4월 훈련을 종료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군사훈련 종료를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끝나 미묘한 정세에서 대화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한 조처로 본 것이다.

참여연대도 지난 5일 논평을 내어 “한-미 양국이 연합군사훈련 종료를 결정한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참여연대는 “군사적 긴장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대화와 협상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서로를 겨냥한 군사행동을 중단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조치다. 훈련 종료와 축소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동력을 이어가기로 한 한-미 정부의 이번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키 리졸브(KR)연습에 참가하기 위해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존 스테니스호가 2016년 3월 오전 해군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존 스테니스호(배수량 10만3천t)는 호닛(F/A-18) 전투기, 프라울러(EA-6B) 전자전기, 호크아이(E-2C) 조기경보기 등 항공기 80여대를 탑재한 세계 최대 항공모함이다.부산/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키 리졸브(KR)연습에 참가하기 위해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존 스테니스호가 2016년 3월 오전 해군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존 스테니스호(배수량 10만3천t)는 호닛(F/A-18) 전투기, 프라울러(EA-6B) 전자전기, 호크아이(E-2C) 조기경보기 등 항공기 80여대를 탑재한 세계 최대 항공모함이다.부산/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참여연대는 “한반도 핵 문제는 불안정한 정전체제 속에서 지난 수십년간 지속해온 군비 경쟁의 일부이며, 이로 인한 군사력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가속해왔다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북한에 대한 군사적 적대행위로 간주할 수 있는 공격적인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종료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비핵화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미국과 한국은 연례 방어훈련이라며 북한의 두려움을 무시하거나 냉소를 보냈다. 하지만 70년대부터 북한은 팀스피릿 훈련 등 대규모 한-미 군사훈련을 ‘북침 핵전쟁 연습’이라고 민감하게 반응하고 심각한 안보위협으로 받아들여왔다. 팀스피릿 훈련이 재개된 1993년 미국 민주당 출신의 게리 애커먼 하원의원이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을 만났을 때 팀스피릿 훈련이 화제에 오르자 김 주석이 손을 떨면서 “팀스피릿 훈련이야말로 침략을 위한 최종 연습”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해마다 3월이면 한-미 연합훈련으로 한반도의 봄은 차갑게 얼어붙었다. 2009년 3월 북한은 한-미 연합군사훈련 ‘키리졸브'를 이유로 개성공단 통행을 세차례 막았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 4월에는 북한이 키리졸브 훈련에 반발해 개성공단 입경 차단 조처를 했다. 이에 맞서 박근혜 정부는 ‘남쪽 근로자 전원 철수’로 맞섰다.

키리졸브 연습 등 한-미 연합훈련의 종료는 매년 봄 한반도를 가득 채웠던 군사적 긴장의 완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훈련 내용을 보면, 전면전 대비에서 북한의 급변사태까지 대비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2017년 키리졸브 때 작전계획 5015를 처음 적용했다. 작계 5015는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한 작계 5029, 전면전에 대비한 작계 5027, 국지도발에 대응한 평시작계를 통합했다. 작계 5015는 북한의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사이버전, 생화학전에 대비한 계획도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핵과 미사일을 선제타격하는 맞춤형 확장억제전략, 4D 계획(탐지·교란·파괴·방어)도 담겨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참여연대는 “공격적인 한-미 작전계획의 전반적인 수정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혁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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