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오전 김책공업종합대학에 마련된 투표장을 찾아 제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투표를 하고 있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을 하고 귀국한 이후 김 위원장의 첫 공개 행보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오늘 우리 당에 있어서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보다 더 절박한 혁명 임무는 없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끝난 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내보낸 첫 공식 메시지다. 김 위원장은 지난 6~7일 평양에서 열린 제2차 전국당초급선전일꾼대회에 보낸 서한에서 “현 시기 우리 당 사상사업에서 중요한 과업의 하나는 사회주의 경제건설을 다그리는 데 선전·선동의 화력을 집중하는 것”이라면서 이렇게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중통)이 9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서한에서 “자력갱생”을 분출시키기 위한 “선전공세”도 주문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없었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서한을 김 위원장의 ‘포스트 하노이’ 메시지로 해석했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시작한 지 4년째로 접어들었다”며 “지금 김 위원장이 성과를 내야 하는 부분이 아무래도 경제 분야밖에 없어 나온 메시지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회담 결렬 뒤 김 위원장이 ‘새로운 길’을 택할지 여부에 관심도 쏠렸으나, 일단 김 위원장이 ‘사회주의 경제발전 총력집중’ 노선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서한에서 “수령의 혁명 활동과 풍모를 신비화하면 진실을 가리우게 된다”며 “수령에게 인간적으로, 동지적으로 매혹될 때 절대적인 충실성이 우러나오는 것”이라고 밝힌 점도 주목된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이제 선전·선동도 지도자의 신비화로 되는 게 아니라 경제적 성과를 내 인민생활을 향상시켜야 지도자의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조로 봐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김 위원장이 서한에서 반복해 강조한 “인민대중제일주의”와 “국가제일주의”도 경제 분야에서의 성과를 촉구하는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구 교수는 “수령제에 대한 언급을 공식적으로 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은 10일 오전 평양 김책공업종합대학에서 제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의 투표권을 행사해 귀국 뒤 첫 공개 행보에 나섰다. 남쪽의 국회의원 총선거에 해당하는 이번 선거를 계기로 ‘김정은 2기 체제’가 출범할 전망이다. 최고인민회의는 북한 헌법상 국가 최고 지도기관으로 입법과 국무위원회·내각 등 국가직 인사와 국가 예산 심의·승인 등의 권한을 가진다. 고유환 교수는 “새로운 인물이 얼마나 등용되는지, 또 군·당·직능별 비율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볼 필요가 있다”며 “김정은 시대를 떠받치는 혁명 3~4세대 신진 통치 엘리트들이 대거 진출하는 세대교체의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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