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3월8일 오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주한미군 주둔비용 가운데 한국이 부담해야 하는 몫을 정한 한-미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에 공식 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위해 예산 전용을 검토 중인 국방시설 가운데 한-미연합사령부의 전시지휘통제소인 경기 성남의 '시피(CP) 탱고'(Command Post Tango)가 포함돼 이 시설 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이 시설을 공동이용하기로 한 상태여서 협의 과정에서 한국의 비용 분담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27일 “한·미는 이 시설을 공동이용하기로 하고 관련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으나 그동안 우선순위에서 밀려 구체적인 협의를 하지 못했다”며 “아직은 협의의 주체나 형식을 정하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일정 등이 불확실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로 풀이된다.
한국과 미국이 ‘시피 탱고’를 공동이용할 경우 한국의 비용 분담 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주둔비용을 주둔국에 다 물리고, 여기에 50%를 더 얹는 이른바 ‘주둔비+50’ 공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 바 있다. 공식적으론 이를 부인했으나, 미군 주둔비용을 주둔국에 떠넘기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한국과의 내년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도 미국의 강한 압박이 예상된다.
1970년대 만들어진 시피 탱고는 유사시 한-미연합군의 두뇌 역할을 하는 곳이다. 핵무기 공격에도 견딜 수 있도록 강력한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로 건설됐다. 미로처럼 이어진 내부에는 회의실과 식당, 의무실, 상하수도 시설 등이 갖춰져 있다. 외부 지원 없이도 2개월 간 생활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 시설을 유지하는 데 상당한 비용을 들이고 있다. 만약 한국이 공동이용에 따른 비용을 분담할 경우 미국으로선 국방 예산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이렇게 절감된 예산을 다른 곳에 사용할 수도 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위해 예산 전용을 검토하는 국방시설 가운데 하나로 이곳을 지목한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유강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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