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당선된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 사진 노지원 기자
“개성공단 폐쇄 3년이 지나면서 한계에 이른 기업이 많아지고 있다.”
개성공단기업협회(이하 개성협회) 신임 회장에 당선된 정기섭 에스엔지 대표이사는 27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8대 협회장 선거가 끝난 직후 <한겨레>와 만나 “(기업들의) 피해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며 “개성공단 시설 점검을 위한 방북은 당연한 권리이고, 무엇보다 정부는 기업의 피해 실태를 정확히 조사해 보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2016년 2월 박근혜 정부가 일방적으로 공단을 폐쇄한 뒤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이 입은 피해액이 1조5000억원 플러스 알파라고 밝혔다. 그는 “전체 피해액 가운데서 (기업이 낸 돈으로 받는) 보험금을 포함해도 겨우 5600억원 정도만 지원을 받을 상황”이라며 “정부가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할 때는 법에 따라 보상을 해줘야 하는데, (폐쇄 결정이) 법에 의한 행위가 아니었기 때문에 보상에 관한 법도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를 믿고 북에 투자했는데 정부의 잘못으로 기업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3월27일 오후 3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개성공단기업협회 8기 회장 선거에서 회원 기업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사진 노지원 기자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 공단 폐쇄 뒤 3년 동안 8차례에 걸쳐 시설을 점검하기 위한 목적으로 공단 방문을 신청했지만 매번 무산됐다. 박근혜 정부가 3차례 ‘불허’를, 문재인 정부가 지난 22일까지 5차례 ‘승인 유보’ 결정을 내렸다. 정 회장은 “원래 개성공단 사업은 (대북)제재와는 무관한 사업이었다. 그런데 폐쇄 뒤 유엔 제재가 추가되면서 문제가 생겼다”며 “우리 정부가 미국을 적극적으로 설득해 빨리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회장 선거에는 2007년 협회가 출범한 이래 처음으로 후보가 3명이나 나왔고, 기업인들이 투표를 통해 직접 뽑았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122개 기업 가운데 현재 회비 등을 내고 있는 99개 기업이 투표권을 얻었다. 7대 회장인 신한용 신한물산 대표이사를 비롯해 성현상 만선 대표이사, 정기섭 에스엔지 대표이사가 입후보했다. 정 신임 회장은 1차 투표에서 총투표수 92표 가운데 43표를 얻었고, 결선투표에서는 91표 가운데 49표를 얻어 최종적으로 회장에 당선됐다. 정기섭 신임 회장은 2008년 7월 개성공단에 입주한 뒤 2014년 3월부터 2017년 4월까지 개성공단기업협회 6대 회장을 지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