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에서 21년 동안 기자실 관리를 맡아 온 허희옥(53) 기자실장이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그가 기자실장으로 일한 20여년 동안 남북관계는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허 실장은 그 속에서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들과 함께 뛰었다. 정부는 그 공로를 인정해 3월22일 열린 중앙행정기관 정책소통 워크숍에서 허 실장에게 대통령 표창을 수여했다.
“기자들이 정확한 사실을 취재하고, 좋은 그림을 찍어서 시민들에게 알려줄 수 있도록 돕는 게 제가 맡은 역할이에요. 기자실장으로서 기자들 편에 서기 때문에 오래 이 일을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허 실장은 2000년 첫 남북정상회담부터 2007년, 2018년까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남북관계, 한반도 평화 행보에 20여년 동안 함께 했다. 1986년 1월 통일부에 처음 들어온 뒤 1998년부터 현재까지 통일부 기자실을 관리하는 총책임자로 일하면서다. 대부분의 정부 부처에는 해당 부처를 취재를 하는 언론인을 위한 ‘기자실’이 있는데, 기자실장은 기자들의 취재지원 등 각종 행정 업무를 담당한다.
허희옥 통일부 기자실장이 3월22일 중앙행정기관 정책소통 워크숍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은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통일부 제공
“기자들이 미처 챙기지 못하는 부분을 보조해주는 역할을 해요. 예를 들어 북쪽 인사들이 남쪽으로 넘어올 때 다들 옷을 비슷하게 입고 있어서 누가 누군지 알기 어려울 때가 있는데, 미리 얼굴을 익혀두고 현장에 가서 기자들한테 도움을 주는 거죠.”
허 실장은 각종 남북 회담, 이산가족상봉 행사 등 기자들이 각종 이벤트를 시민에게 전하는 과정에 ‘숨은 조력자’ 역할을 했다. 그가 챙긴 남북 간 행사만 150차례에 달한다. 특히 한반도에 다시 평화 바람이 불기 시작한 지난해에는 남북 행사 62차례 가운데 50차례 취재지원 업무를 맡았다. 오랜 경력 때문인지 북쪽에서도 허 실장을 아는 이가 적지 않다.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10월 평양에서 열린 10·4선언 11주년 기념행사에서 당시 취재지원차 방북한 허 실장에게 “일 잘하는 기자 실장 선생!”이라고 칭찬할 정도다.
특히 허 실장은 21차례 열린 이산가족상봉 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여했다. 통일부 당국자들 가운데서도 이렇게 모든 상봉행사에 참여 한 이는 찾기 어렵다. 허 실장은 ‘통일부 기자실장으로서 바람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이산가족들이 원하면 언제든 전화해 목소리라도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북쪽 엄마가 남쪽 있는 아들 딸을 만나는데 상봉 기간 내내 감정 표현을 못하고 데면데면 해요. 근데 마지막 날 헤어지기 직전에 버스 밖에서 손을 흔드는 아들을 보고는 엄마가 한복치마를 뒤집어 쓰고 엉엉 울어요. 이분들이 살아있을 때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가족들이 수시로 연락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허 실장은 국무총리(2차례), 장관급(4차례) 표창 등 각종 정부 표창을 8차례 받은 바 있다. 대통령 표창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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