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스페인 마드리드 주재 북한대사관 앞에서 한 대사관 직원이 기자들에게 사진을 찍지 말라며 주의를 주고 있다. 마드리드/AP 연합뉴스
지난 2월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침입 사건이 발생한 지 한달여 만에 처음으로 북한이 공식 입장을 냈다. 북한 외무성은 이 사건을 “엄중한 테러행위”라고 지적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반북 단체 등이 연루돼 있을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면서 스페인 당국에 “공정한 처리”를 촉구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하 <중통>)은 31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기자의 질문에 답한 내용을 소개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2월 22일 무장괴한들이 에스빠냐(스페인) 주재 조선대사관을 습격하고 대사관 성원들을 결박, 구타, 고문하고 통신기재들을 강탈해가는 엄중한 테로행위가 발생하였다”면서, 이 사건을 “외교 대표부에 대한 불법침입과 점거, 강탈행위”로 규정했다고 <중통>은 전했다.
기사에서 외무성 대변인은 이 사건이 “국가주권에 대한 엄중한 침해”, “난폭한 국제법 유린”이라며 “이러한 행위는 국제적으로 절대로 허용되지 말아야 한다. 이번 테러사건에 미 연방수사국과 반공화국 단체 나부랭이들이 관여되여 있다는 등 각종 설이 나돌고있는데 대하여 우리는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 당국은 기사에서 해당 사건의 배후에 미 연방수사국이 있을 수 있다는 의혹을 “각종 설”이라고 지적하며 표현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 반북단체 ‘자유조선’은 최근 이번 대사과 침입 사건이 자신들의 소행이며 미 연방수사국과 접촉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미 연방수사국은 “수사의 존재 여부를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일반적인 관행”이라며 공식 언급을 피했다. 미 국무부는 “미 정부는 이 사건과 무관하다”고 고 선을 그었다. ‘자유조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으로 2017년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된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과 그의 가족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켰다고 주장한 ‘천리마 민방위’의 후신이다.
외무성 대변인은 <중통> 기자와의 문답에서 스페인 수사 당국에 ‘책임있는 수사’와 ‘국제법에 부합하는 공정한 처리’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무성 대변인은 “우리는 사건발생지인 에스빠냐의 해당 당국이 사건수사를 끝까지 책임적으로 진행하여 테러분자들과 그 배후 조종자들을 국제법에 부합되게 공정하게 처리하기 바라며 그 결과를 인내성 있게 기다릴 것이다”라고 했다.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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