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은 지난해 11월22일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DMZ) 화살머리고지에서 공동 유해발굴을 위한 전술 도로를 연결했다. 도로 연결 작업에 참여한 남북 군인들이 군사분계선 근처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남북이 지난해 맺은 ‘9·19 군사합의’에 따라 4월1일부터 시행하기로 한 비무장지대(DMZ) 화살머리고지 공동 유해발굴과 한강 하구 민간 선박 자유항행이 북한의 무응답으로 불발됐다. 9·19 군사합의에 시행일자가 명시된 합의 사항이 지켜지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화살머리고지 군사분계선(MDL) 남쪽 지역에서 먼저 추가 지뢰 제거와 기초 발굴 작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군 관계자는 “북측이 공동 유해발굴에 응하면 곧바로 진행할 있도록 사전준비를 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한강 하구 민간 선박 자유항행은 일단 보류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지난 6일 남쪽 유해발굴단 구성을 완료했다고 통보했으나, 북한은 아직까지 이와 관련한 통보를 해오지 않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공동 유해발굴과 한강 하구 민간선박 자유항행 등 군사합의 이행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 군사회담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역시 답변하지 않았다.
남북은 지난해 말까지 비무장지대 감시초소(GP) 시범철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한강 하구 공동 수로조사 등의 합의 사항을 충실히 이행했다. 그러나 올 들어선 비무장지대 모든 감시초소 철수와 서해 평화수역 조성 등을 논의할 남북 군사공동위원회 구성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자유왕래 등 주요 합의 사항 이행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9·19 군사합의 이행 속도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정세 판단과 북-미 협상 재개를 향한 움직임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관계자는 “상대방에 대한 적대행위를 금지함으로써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자는 9·19 군사합의의 기본 정신은 여전히 충실히 지켜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강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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