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강원도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 현장을 시찰했다고 조선중앙TV가 4월6일 보도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해 8월 중순과 10월 말에도 이곳을 잇달아 방문해 공사 진행 상황을 직접 챙겼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 처음으로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원산관광지구)를 찾아 “절대로 속도일면에만 치우쳐 날림식으로 하면 안 된다”며 올해 10월10일 예정이던 건설 완공 목표 시점을 내년 4월15일(‘태양절’)로 6개월 늦췄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하 <중통>)은 김 위원장이 원산관광지구를 찾아 “올해 당창건 기념일까지 바삐 그 무엇에 쫓기듯 속도전으로 건설하지 말고 공사기간을 6개월간 더 연장하여 다음해 태양절(4월15일)까지 완벽하게 내놓자”고 말했다고 6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3차례 같은 현장을 방문했다. 지난해 5월26일 <중통>에는 김 위원장이 원산관광지구 완공 시점을 2019년, 곧 올해 4월15일로 잡은 사실이 나타나 있다. 하지만 8월17일 <중통> 보도를 보면 김 위원장은 현장을 다시 찾아 목표 시점을 10월10일로 6개월 늦췄다.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또다시 완공 시점을 6개월 더 늦춘 것이라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강원도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 현장을 시찰했다고 조선중앙TV가 4월6일 보도했다. 사진은 중앙TV가 이날 공개한 원산갈마지구 건설 현장의 모습. 연합뉴스
김 위원장이 원산관광지구 완공 목표 시점을 6개월 더 늦춘 배경에는 김 위원장이 추구하는 실용주의 노선과 어려운 경제 현실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계획경제가 가진 모순 가운데 하나가 질보다는 양만 채우게 된다는 점인데 김 위원장은 그런 방식은 더이상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는 듯하다”며 “속도에만 치우쳐 날림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걸 최고지도자가 직접 이야기 한다는 점에서 김일성, 김정일과는 다른 모습이다”라고 짚었다. 실제로 <중통>은 김 위원장이 “당에서 인민들을 위해 막대한 자금과 노력을 들여 마음먹고 건설하는 대상인 것만큼 50년, 100년 후에도 손색이 없게 매 건물들의 요소요소, 구석구석에 이르기까지 시공의 질을 최상의 수준에서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정은 시대는 과거 김정일 시대와 달리 실용적 기조를 추구한다. 이번 공사기일 연장도 그런 연장선에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양 교수는 “한편으로는 어려운 경제 현실을 인정하는 것으로 읽을 수 있다. (속도 내서 공사를 하려면) 자금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국면에서는 녹록치 않다는 점을 이해하니 무리해서 공사하지 말라고 이야기한 것 같다”며 “최고지도자가 공개적, 공식적으로 속도조절을 이야기하는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같은 곳을 찾아 이 사업을 미국 등이 가하는 “제재 봉쇄”에 대항하는 것으로 규정하며 압박에 굴하지 않겠다는 취지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국제사회의 “제재 봉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양 교수는 “(제재 때문에 공사 진척이) 어려운 현실을 인정하고 상황적 논리를 댔다고 읽을 수도 있다”고 짚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안남도 양덕군의 온천관광지구 건설 현장을 시찰했다고 조선중앙TV가 6일 보도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해 8월 중순과 10월 말에도 이곳을 잇달아 방문해 공사 진행 상황을 직접 챙겼다. 연합뉴스
한편, <중통>은 같은 날 김 위원장이 평안남도 양덕군 온천 관광지구 건설장을 현지지도한 사실도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양덕군에 꾸리고 있는 온천관광지구 주변에 스키장까지 건설해 낮에는 스키를 타고 저녁에는 온천욕을 하면서 휴식하면 인민들이 좋아할 것”이라며 “마식령 스키장을 운영하면서 얻은 경험에 토대”해 “경영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면서 이 지역에 스키장을 건설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했다고 <중통>은 전했다.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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