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개업을 앞둔 평양 대성백화점을 현지 시찰했다고 조선중앙TV가 4월8일 보도했다. 사진은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끝낸 백화점 내부를 둘러보는 김 위원장의 모습. 연합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달 들어 연일 ‘경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 무산에도 “경제집중 노선”을 거듭 확인해 밖으로는 한-미 정상회담(11일 워싱턴)을 앞두고 ‘협상 노선 지속’을, 안으로는 최고인민회의 14기 1차 회의(11일)와 태양절(15일)을 앞두고 ‘애민(인민 사랑) 리더십’을 강조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개업을 앞둔 (평양의) 대성백화점을 현지지도하시였다”고 <노동신문>이 8일 1면으로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태양절을 앞두고 수도의 거리에 또 하나의 멋들어진 종합봉사기지, 인민들의 물질문화생활을 질적으로 높이는 데 실질적으로 이바지하게 될 백화점이 일떠선 데 대하여 커다란 만족을 표시하시였다”고 신문은 전했다. 태양절은 김일성 주석의 탄생일로, 북녘에서 가장 중시하는 기념일이다.
<노동신문> 보도를 기준으로 할 때, 김 위원장은 이달 들어 삼지연군 건설현장과 감자가루생산공장·들쭉음료공장(4일),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와 평안남도 양덕군 온천관광지구 건설장(6일)을 현지지도했다. <노동신문> 보도 기준으로 지난해 10월30일 삼지연군, 11월1일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양덕군온천관광지구 건설장과 ‘집중 현지지도’ 장소가 정확하게 겹친다. 주목할 대목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삼지연과 원산은 내각 또는 지방이 아닌 당 재정이 직접 투입되는, 경제개발전략의 온도계와 같은 상징적 장소”라고 짚었다.
삼지연·원산·양덕 건설 사업은 대외개방을 염두에 둔 ‘복합 리조트 사업’의 성격을 공유한다.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에 숨겨진 정책코드다. 김 위원장은 이번에 원산을 찾아 완공 목표 시점을 “다음해(2020년) 태양절”로 미뤘다. 애초 올해 태양절을 목표로 제시했다가 지난해 8월17일 현지지도 때 올해 10월10일(당 창건 기념일)로 미룬 바 있다. 북-미 협상의 교착을 고려했으리라 추정된다. 김 위원장은 “양덕지구는 스키장 건설에 유리한 자연지리적 조건을 가지고 있다”며 “온천도 하고 스키도 탈 수 있는 종합 체육문화휴식기지” 건설을 지시했다. 온천관광에 초점을 맞춘 기존 계획을 “마식령스키장 운영 경험을 토대”로 ‘온천+스키’ 종합 리조트 사업으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김 위원장은 대성백화점에선 “당의 상업 정책 요구”를, 양덕에선 “경영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고 강조해 ‘수지타산’을 중시하는 새 경제정책의 지향을 환기시켰다. “자재 절약”과 함께 “회의나 하지 말고 현장에 나와” 일하라고도 촉구했다.
이제훈 노지원 기자
noma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