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욱 합참 작전본부장(육군 중장)이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일본 초계기의 ‘위협 비행’ 사실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국방부 제공
일본 초계기가 한국 함정에 근접비행할 경우 군사적 조처를 취하겠다고 우리 국방부가 경고하자, 일본 정부가 철회를 요구한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지난해 12월20일 동해에서 우리 광개토대왕함과 일본 초계기 사이에 추적레이더 조사-근접 위협비행을 놓고 빚어진 한-일 갈등이 재발 방지 대책을 둘러싸고 재연될 조짐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 1월23일 주한 일본대사관 무관을 불러 일본 초계기가 또다시 근접비행으로 우리 함정을 위협할 경우 추적레이더를 가동하기 전에 경고통신을 하겠다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어디까지가 근접비행에 해당하는지는 설명하지 않았으나. 일본 초계기가 한국 함정으로부터 3해리(약 5.5㎞) 이내로 접근하면 경고통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적레이더는 함정에서 대공무기를 발사하기 전 표적의 거리와 고도 등을 파악하기 위해 표적을 따라가면서 비추는 것이다. 군에선 이를 추적레이더가 표적을 물었다고 표현한다. 함정이 이를 가동한다는 것은 교전이 임박했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국제법에서도 사용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당시는 일본 무관에게 일본 측이 저공위협 비행을 중단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할 것을 명확히 요구하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이를 초계기에 대해 화기관제레이더를 겨냥할 수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철회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얘기하는 화기관제레이더는 국방부가 언급한 추적레이더를 가리킨다. 일본 방위성은 지난 10~11일 우리 국방부와 한 비공개 실무협의회에서 우방국을 향한 화기관제레이더 가동은 국제관례에도 어긋난다며 철회를 요구했으나, 국방부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당시 국방부는 근접비행이 재발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앞서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한국군의 신지침, 안보협력에 그림자'란 제목으로 “일본 군용기가 한국 함정으로부터 3해리 이내로 접근하면 사격용 화기관제레이더를 비출 것임을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에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해당 지침은 미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 적용된다며 한-일 관계가 악화하는 가운데 한국이 일본에 대해 강경한 자세를 강조하기 위해 취한 조처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이에 국방부는 입장을 내어 “한-일 간 해상에서의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해 우리 군의 군사적 조치와 기조에 대해 일본 측에 설명한 사실이 있으나, 작전 세부절차 등 대응 매뉴얼을 일본 측에 통보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비공개하기로 한 내용을 공개한 데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이날 일본 언론 보도와 관련해 오전과 오후 각각 다른 설명을 내놓아 혼선을 빚었다. 오전 브리핑에서는 “대응 매뉴얼을 통보한 바 없다"고 했다가 3시간여 뒤에는 “군사적 조치와 기조를 설명했다”고 정정했다. 일본 정부에 군사적 조처의 내용을 설명해놓고도 대응 매뉴얼을 통보한 적이 없다는 말로 덮어버리려 한 것이다.
국방부는 지난해 12월20일 동해에서 북한 선박을 구조하던 해군 광개토대왕함이 일본 초계기를 향해 화기관제레이더를 가동했다고 일본이 주장하자 초계기의 근접 위협비행 문제를 제기하고 이후 대응 지침을 보완했다. 새로운 지침은 외국의 초계기가 한국 함정과 일정 거리 안으로 진입했을 때 내보내는 경고통신 문구를 강화하고, 함정에 탑재된 대잠수함 탐색용 링스 헬기를 기동하며, 무기체계를 가동하는 방안 등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강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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