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4일 오후 블라디보스토크 역에 도착해 환영 나온 러시아 인사와 이야기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로이터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번 러시아 방문은 북한 최고지도자로는 8년 만이다. 그의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생전 3차례 러시아를 방문했는데, 2011년 8월 방러가 마지막이었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첫 러시아행은 김일성 당시 내각 수상이 1949년 2~3월 모스크바를 방문해 스탈린과 회담한 것이다. 김일성 주석은 이때를 포함해 생전 모두 9차례 러시아를 공식 방문했고, 이 외에도 4차례 비공식 방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 9월 한국-소련 수교 이후 북한과 소련(이후 러시아)의 관계는 상당 기간 소원했지만, 2000년 7월19~20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소련과 러시아를 통틀어 최고지도자로는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한 것이 관계 개선의 중요한 계기가 됐다. 그동안 한국 쪽으로 기울었던 러시아의 한반도 정책의 전환 신호였다.
이듬해인 2001년 7월26일부터 8월18일까지 김정일 위원장은 23박24일에 걸친 러시아 방문에 나섰다. 특별열차를 타고 하바롭스크-울란우데-노보시비르스크를 거쳐 8월4일 모스크바에서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푸틴 대통령의 고향이자 러시아 제2 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시찰한 뒤 귀환한 2만1천㎞의 대장정이었다. 당시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개발 권리를 인정하고, 전력 부문과 기업소 재건 등 무역경제협조를 구체화하며,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와 한반도 종단철도(TKR) 연결 사업 등을 본격화하는 데 합의한다는 내용 등을 담은 8개항의 공동선언(모스크바 선언)을 채택하는 등 각별한 유대를 과시했다.
다음해인 2002년 8월20~24일 김정일 위원장은 러시아 극동의 하바롭스크와 콤소몰스크나아무레, 블라디보스토크 등을 다시 방문했는데, 김 위원장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푸틴 대통령과 다시 정상회담을 했다.
2011년 8월20일 김정일 위원장은 특별열차를 타고 마지막 방러에 나섰다. 하바롭스크를 지나 아무르주 부레야 수력발전소를 견학한 뒤 시베리아 부랴트자치공화국의 수도 울란우데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러시아 대통령(현 총리)과 정상회담을 했다.
집권 뒤 처음으로 러시아를 방문하는 김정은 위원장도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의 오랜 전통적 우호관계를 강조하면서, 제재로 어려운 상황을 탈피하기 위한 경제 협력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이 전용기 ‘참매 1호’를 놔두고 할아버지,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열차 방문을 선택한 것도 북-러 전통 우호관계를 강조하는 행보로 해석된다.
박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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