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28일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의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하노이 로이터 연합뉴스
24일 러시아를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곁에는 ‘그림자 수행’으로 동분서주하던 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보이지 않았다. 김 위원장을 늘 근거리에서 밀착 보좌하던 그의 행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제1부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김 위원장의 수행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그가 김 위원장의 외국 방문 때 수행자 명단에 매번 호명된 것은 아니지만, 그는 김 위원장의 대외 행보 때마다 거의 곁을 지켰다. 지난해 판문점과 평양에서 각각 열린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1, 2차 북-미 정상회담 때도 김 제1부부장은 김 위원장의 비서실장 구실을 톡톡히 했다. 특히, 2월 말 김 위원장이 평양에서부터 베트남 하노이까지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전용차로 대장정을 할 당시 그가 중간 기착지인 중국 난닝역에서 담배를 피우는 김 위원장 옆에서 두 손에 재떨이를 들고 있는 모습은 전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그랬던 그가 이번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길에는 이날 오후까지 단 한 차례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출발부터 김 위원장이 내렸던 북-러 접경지역인 하산역, 그리고 블라디보스토크역까지 외신뿐 아니라 북쪽 영상에서도 그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간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나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등이 하노이 회담 합의 무산의 책임을 지고 문책을 당한 게 아니냐는 관측은 있었어도 김 부부장의 ‘부재’에 대한 해석은 나오지 않았다. 김 부부장이 단순히 김 위원장의 수행역만 하는 게 아니라 김 위원장의 국정운영에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김 부부장이 마지막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 11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14기 1차 회의 때다. 그러나 15일 김일성 주석의 107회 생일(태양절)을 맞아 김 위원장이 노동당과 최고인민회의 고위 간부들을 대동하고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할 때도 보이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그간 대남·대미 라인에 대한 검열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지만, 김 부부장의 ‘궐석’의 이유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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