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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주변국 이해 얽힌 ‘북 체제안전 보장’…북미 협상 문턱 높아져

등록 2019-04-26 21:21수정 2019-04-26 21:42

뉴스분석 전략 바꾸는 김정은
북 꺼내든 ‘체제 안전’ 카드…비핵화 협상 새판짜기
동북아 안보지형 뒤흔들 사안…문재인 정부 개입 여지도 줄어
북러 정상회담을 마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역에 도착해 열차로 향하며 활짝 웃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북러 정상회담을 마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역에 도착해 열차로 향하며 활짝 웃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포스트 하노이’ 전략의 첫수는 ‘신 북-러 밀월’을 통한 대미 협상력 높이기로 드러났다. 특히 전통적 우군 러시아를 새로운 메신저로 삼아, 향후 북-미 협상에 대한 김 위원장의 ‘전략 변경’ 신호를 내보였다. 비핵화 협상의 핵심 의제를 북한의 ‘체제안전보장’으로 바꾸겠다는 메시지로, 협상 프레임의 변화를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을 보면 김 위원장은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확대회담에서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미국의) 일방적이며 비선의적인 태도” 때문에 결렬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 정세를 “교착상태”로 규정하고 자칫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판단도 숨기지 않았다.

이어 김 위원장은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전은 전적으로 미국의 차후 태도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며 “우리는 모든 상황에 다 대비할 것”이라는 말로 미국을 압박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 14기 1차 회의 둘째 날 시정연설에서 밝혔듯, 미국이 “올바른 자세”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연말까지 찾지 못했을 경우 “새로운 길”을 갈 수 있다는 ‘1차 경고’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정세 인식을 바탕으로 러시아 방문길에 오른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북한의 체제안전보장 요구를 내세웠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25일 북-러 정상회담 뒤 푸틴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 확인된 ‘비핵화의 전제’로서의 체제안전보장 요구는 김 위원장의 대미 협상 전략의 변화를 시사하기 때문이다. 북한 사정에 밝은 전직 정부 고위관계자는 “북한이 종전선언과 제재해제를 요구하다가 하노이 협상까지 결렬되자 북한의 약점으로 취급되는 제재 문제를 협상 의제에서 빼고 안전보장으로 협상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앞서 시정연설에서 “제재해제 문제 따위에는 이제 더는 집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김 위원장은 어떤 카드로 협상할지 내보이지 않았는데 이번에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한 셈이다.

북한의 체제안전보장 요구는 새롭지 않지만 북한이 핵 개발에 나선 이유이자 북쪽의 가장 근본적인 요구사항이어서 비핵화 협상의 험로를 예고한다는 관측이 많다. 체제안전보장의 핵심은 군사 문제로, 주한미군의 주둔과 한-미 연합훈련을 비롯해 유엔사 문제, 미국의 핵우산 문제까지 모두 협상 테이블에 올릴 수도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체제안전보장 쟁점들은 주변국들의 이해관계가 난마처럼 얽혀 있는 70년 가까이 묵은 난제들인데다, 동북아 안보지형을 뒤흔들 수 있는 사안들이다. 따라서 타협점을 찾기 쉽지 않다. 문재인 정부가 개입할 여지도 더욱 줄 수밖에 없다. 전직 정부 고위관계자는 “북한이 체제안전보장 문제를 내세우면 상황은 지금보다 훨씬 풀기 어려워진다”며 “결국 북한이 비핵화 협상의 장기화를 생각한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직후 심야 기자회견에 나선 리용호 외무상도 “우리가 비핵화 조치를 취해나가는 데서 보다 중요한 문제는 안전담보 문제이지만 미국이 아직은 군사 분야 조치를 취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것이라 보고 부분적 제재해제를 상응 조치로 제안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이번에는 북쪽이 문턱을 높이는 모양새다. 다만, 김 위원장이 연말까지 미국의 용단을 지켜보겠다고 밝힌 상태여서 전략 변경이 고착화하기 전에 아직 협상의 여지는 있다고 풀이된다.

김 위원장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머무른 시간은 2박3일로 길지 않았지만 ‘포스트 하노이 전략’의 밑그림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남쪽과 중국에 기대했던 대미 지렛대를 8년 만의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러시아로 확대하면서 대외적 입지 강화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 문제를 둘러싸고 러시아와의 ‘전략적·전술적 협동’ 강화를 강조하고 “북-러 관계 발전의 새로운 전성기”를 결심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지금 구도로 가면 결국 다른 길을 갈 수 있다는 점을 러시아를 활용해 절묘하게 보였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이 공을 다시 미국에 던진 셈이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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