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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남북관계 정체 땐 지자체·민간 ‘분권형 대북정책’ 추진해야

등록 2019-05-02 10:36수정 2019-05-02 10:42

4·27 남북정상회담 1돌 학술회의

신종호 통일연구원 기획조정실장
“중앙집권적 모델은 정치·군사 변수
교류협력 전반에 부정적 영향 끼쳐”
지자체·민간 분야 교류 활성화 제시

“작년 지자체 남북교류 사업 200건
구상좋지만 실현가능성에선 미흡”
한반도 정세 반영 성찰적 고민 필요
지자체 대북사업 위한 법 정비 주장도
남북관계가 지체 경색됐을 때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의 권한과 자율성을 넓혀 북한과의 교류협력을 이어가는 ‘분권형 대북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신종호 통일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은 한겨레통일문화재단, 한반도평화포럼, 서울시가 4·27 남북정상회담 1주년을 기념해 지난 24일 연 학술회의에서 “중앙정부 주도 대북정책은 정치나 군사 변수가 생기면 교류협력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분권형 대북정책의 추진 필요성을 밝혔다. 신종호 실장은 북핵 문제와 대북제재로 인해 개성공단을 비롯한 모든 남북교류협력과 대북 인도적 지원이 막히고, 정권이 바뀌면 퍼주기 논란 같은 남남갈등이 불거지는 현실을 들어 이렇게 설명했다.

신 실장은 중앙집권적 남북교류협력 모델만을 고집하지 말고 분권형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민간 교류가 활발한 국가끼리는 설사 중앙정부 사이에 갈등이 불거져도 전체적인 국가 관계는 탄탄하게 유지되는 것처럼, 남북관계도 “지방의 자율성이 반영된 분권형 대북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겨레통일문화재단과 한반도평화포럼, 서울시가 공동주최한 4·27 남북정상회담 1주년 기념 학술회의가 4월2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이 회의에서 민간과 지방정부 권한을 확대한 분권형 대북정책의 추진 필요성이 제기됐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한겨레통일문화재단과 한반도평화포럼, 서울시가 공동주최한 4·27 남북정상회담 1주년 기념 학술회의가 4월2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이 회의에서 민간과 지방정부 권한을 확대한 분권형 대북정책의 추진 필요성이 제기됐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실제 최근까지 중앙정부가 직접 추진하기 어려운 대북지원 사업을 지방정부와 민간단체가 함께 맡고 있다. 경기도는 남북관계가 막혔을 때도 대북 말라리아 방역 지원, 북한 영유아 영양 및 구호 지원, 결핵환자 치료 지원 등 인도적 대북지원 사업을 유지해왔다. 경기도는 지난 1월 결핵약제 359명분을 북한에 보냈다.

신 실장은 중앙-지방-민간 간 협력 거버넌스 구축을 분권형 대북정책의 핵심으로 꼽고, 이것이 중앙정부 역할 축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현재 관련 법률과 제도상 지자체는 대북 교역 당사자와 대북 지원사업 주체가 아니다. 통일부는 ‘질서있는 남북교류’를 명분으로 지자체 남북교류를 실질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지자체는 자체 조례를 만들고 기금을 꾸려 별도 법인을 세우거나 민간 위탁 방식으로 대북사업을 추진했으나, 지자체의 재정 형편이나 단체장의 남북문제에 대한 관심 정도에 따라 편차가 많이 생겼다.

구체적으로 중앙정부는 남북관계 제도화, 지속가능한 남북관계 수립 등에서 조정자 역할을 강화하고, 법률과 지침을 고쳐 지방정부의 권한과 자율성을 넓혀야 한다고 했다. 신 실장은 남북 지자체 간 공동협력을 위한 다양한 협의체 상설화, 지역 특성에 맞는 남북교류협력 프로그램 발굴 및 경험 공유, 기존 남북 합의 이행 점검 뒤 중앙-지역-민간 역할 분담 등을 제시했다.

토론자로 참가한 서왕진 서울연구원장은 서울-평양 포괄적 도시협력 3대 분야 10대 사업을 소개하면서 3대 분야는 도시 인프라 협력, 경제협력, 시민 교류라고 설명했다. 서 원장은 지자체가 남북교류협력의 주체로 나설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 등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발족한 민선 7기 지자체들이 평화협력 분위기를 맞아 남북교류 사업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신종호 실장은 이들이 제안한 남북교류협력사업은 과거에 이미 수행했거나 중단된 것을 재활용한 것이라 실현 가능성이 적다고 평가했다. 대북제재가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사업들도 있고, 최근 김정은 정권의 경제·사회 변화 추세 반영 노력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신 실장은 “지난해 지자체의 남북교류 사업 200여건을 들여다볼 기회가 있었는데, 구상은 좋은데 실현 가능성에서 미흡한 것들이 많았다”며 “남북관계를 포함한 한반도 정세 변화를 반영한 교류협력 방식에 대한 성찰적 고민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자체 남북교류협력이 성공하려면 △지속할 수 있고 △실현 가능하며 △북한이 수용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춘 사업을 발굴하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먼저 지역 주민의 지지와 성원에 기반한 지속 가능한 교류협력을 찾아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정치적 목적으로 유권자 눈길을 끌려고 시작했다가 효과가 떨어지면 시들해지는 사업을 지양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서는 남북교류협력 관련 행정을 투명하게 개방해야 한다.

지자체가 구상하는 사업들의 형식과 내용이 비슷해 겹치므로 지역 간 연계 협력이 필요하다. 휴전선과 가까운 지자체들이 추진하는 ‘통일경제특구’는 서울은 ‘산업협력단지’, 경기는 ‘경기 북부 통일경제특구’, 인천은 ‘서해평화경제특구’, 강원은 ‘철원평화산업단지’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신종호 실장은 통일경제특구 사업은 지역 특화 차원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지만 광역자치단체 간 상호 연계와 협력을 통해 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할 사업이라고 밝혔다. 특히 지금처럼 대북제재 국면에서는 특구 추진을 위한 기본원칙과 방향,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남북관계 활성화 단계에서 북한과 협의해 체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토론자로 참가한 이한주 경기연구원장은 지자체들이 조율 없이 개별적으로 남북교류협력 사업을 추진하는 바람에 효율성과 협상력이 떨어진다며 지자체 간 조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북-미 비핵화 협상 진전에 따라 대북제재가 완화되거나 해제되는 경우 지자체 차원에서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을 발굴할 필요도 있다. 이 경우 신종호 실장은 북한의 수요와 바람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북한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 산업구조, 무역 물류 현황, 경제개발구 현황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고 북한 당국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지난해 4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경제건설 총력 집중이란 새로운 전략 노선을 강조하고 기술결합, 첨단산업을 중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싼 인건비를 내세운 노동집약적인 개성공단과 달리 최근에는 빅데이터, 스마트시티 같은 첨단산업 유치, 지식공유사업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정재승(카이스트 교수) 국가 스마트시티 세종 총괄책임자는 스마트시티 기술을 가진 한국과 첨단 테크놀로지와 경제 활성화에 관심이 많은 북한이 협력하면 큰 시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4월22일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 연 ‘서울-평양 미래 포럼’에서 평양 등 북한의 도시들이 남한 스마트시티의 테스트베드 구실을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북한 정부가 강력한 리더십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북한 땅에서 여러 가지 실험을 빨리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이를 북한 도시들이 테스트베드 구실을 하는 데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한국에서 개발한 스마트시티가 전세계로 수출된다면 한국 경제에 큰 활력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했다. 남북이 스마트 기술을 더 빨리 발전시키면 남북 모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종호 실장은 “정상회담 같은 ‘톱다운’ 방식의 대북정책이 여전히 중요하고, 남북관계가 교착됐을 때는 지자체와 민간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보텀업 방식 교류협력을 동시에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혁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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