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지난 4일 동해상에서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와 전술유도무기가 동원된 화력타격훈련이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5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동해상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관 아래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와 전술유도무기가 동원된 화력타격훈련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5일 보도했다. 북한은 4일 강원도 원산 호도반도 일대에서 ‘단거리 발사체’ 여러 발을 발사했으며, 발사체는 동해상까지 최소 70㎞, 최대 200㎞까지 비행했다고 군은 밝힌 바 있다.
통신은 “김정은 동지께서 5월4일 조선 동해 해상에서 진행된 전연(전방) 및 동부전선 방어 부대들의 화력타격훈련을 지도하셨다”고 밝혔다. 통신은 “(훈련이) 전연 및 동부전선 방어부대들의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 전술유도무기 운영 능력과 화력임무 수행 정확성, 무장장비들의 전투적 성능을 판정 검열”하고 “경상적인(변동없이 정상적으로 계속되는) 전투 동원 준비를 빈틈없이 갖추도록” 할 목적으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들과 전술유도무기의 화력진지 진출과 전개를 비롯한 사격준비 과정을 검열한 뒤 타격 순서와 방법을 정해주고 사격 명령을 내렸다고 통신은 전했다. 통신은 “천둥 같은 폭음이 터지고 번개 같은 섬광 속에 시뻘건 불줄기들이 대지를 박차고 날아올랐다”며 “그 어떤 세력이 우리의 자주권과 존엄, 생존권을 해치려 든다면 추호의 용납도 없이 즉시적인 반격을 가할 영웅적 조선인민군의 견결한 의지를 과시한 훈련은 가슴 후련하게 끝났다”고 묘사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지난 4일 동해상에서 진행된 전술유도무기 발사 장면. 사진에 등장한 전술유도무기가 러시아 이스칸다르 지대지미사일과 외형이 비슷하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연합뉴스
통신이 이날 공개한 사진에는 전술유도무기가 발사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전술 지대지미사일 ‘이스칸다르’와 외형이 흡사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스칸다르 미사일은 사거리를 60∼70㎞에서 500㎞까지 조절할 수 있고, 종말 단계에서 탄두 부분을 조정할 수 있어 요격이 까다로운 무기로 알려졌다. 사진에는 북한의 240㎜ 방사포, 300㎜ 방사포로 보이는 무기도 등장했다.
김 위원장의 군사 행보는 지난달 17일 국방과학원이 진행한 신형 전술유도무기 사격시험 참관 이후 18일 만이다. 북한 매체들은 당시에는 시험 사진이나 영상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날 참관에는 김평해·오수용 노동당 부위원장과 리병철·조용원 당 제1부부장이 동행했다. 현지에서 리영길 북한군 총참모장, 박정천 포병국장 등 군 지휘관들이 김 위원장을 영접했다.
북한의 이번 훈련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합의 무산 이후 미국과의 협상이 교착된 상황에서 기싸움 성격의 저강도 대미 압박용으로 풀이된다. 발사체가 ‘단거리’라는 점에서 미국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기 위해 수위 조절을 한 의도도 보인다. 일각에선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불만의 표시라는 관측도 나온다.
유강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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