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정보시스템 유지보수를 전담하는 한국국방연구원(KIDA·원장 노훈) 간부가 비자금을 조성해 국방부와 기획재정부, 국회, 청와대 인사들에게 향응과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지난 3월 국무총리실의 조사를 받은 것으로 6일 알려졌다. 국방부는 7일부터 9일 동안 연구원 회계 실태에 대한 종합감사에 들어간다.
총리실은 당시 조사에서 장아무개 국방정보체계관리단장이 직원들에게 지급된 상여금의 일부를 거둬 4억여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을 확인하고, 사용내역을 기록한 컴퓨터 파일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단장은 1일자로 보직 해임됐다. 연구원 관계자는 “장 단장이 조직에 누를 끼쳤다며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연구원은 5개 센터, 1개 단으로 구성돼 있어 장 단장은 센터장급 간부에 해당한다.
장 전 단장의 파일에는 국방부와 기획재정부, 국회, 청와대 인사들에게 향응과 금품을 제공한 내역이 기록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간부,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 청와대 행정관 등의 이름이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행정관에게는 활동비로 쓰라며 현금카드를 건네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원 관계자는 “장 단장이 직무상 예산 배정이나 업무 협조를 구하는 과정에서 여러 인사들과 접촉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장 전 단장은 국방위 소속 여야 의원들의 행사에도 자주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전 단장은 총리실 조사에서 직원들로부터 조금씩 돈을 거뒀으나 개인적으로 쓰진 않았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정보체계관리단에는 직원이 100여명 소속돼 있으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최근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일각에선 장 전 단장이 정규직 전환에 따른 대가를 요구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장 전 단장은 10년 넘게 단장으로 일했다.
총리실 조사는 장 전 단장에 대한 투서에서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실은 확보한 파일을 근거로 이름이 적힌 이들에게 실제로 향응과 금품을 받았는지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파일에 간부들이 거명된 기획재정부에서 연구원과 일체의 예산 협의를 중단하겠다는 말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장 전 단장은 <한겨레>의 취재 요청에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2002년 4월 국방컨설팅사업단으로 출범한 국방정보체계관리단은 2011년 5월 ‘국방정보화 기반 조성 및 국방정보자원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국방부로부터 ‘국방정보시스템 유지보수 및 기술지원 전담기관’으로 지정됐다. 2014년 12월 연구원의 정식 조직으로 편입됐다. 국방연구원은 국방 전반에 대한 연구 분석을 통해 합리적인 국방 정책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된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다.
유강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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