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텔레비전>이 4일 동해상에서 진행된 화력타격훈련 사진을 5일 내보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추정되는 발사체가 하늘로 치솟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4일 쏘아올린 발사체 가운데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포함돼 있다는 군사전문가들의 관측에도 한국과 미국 정부는 이를 미사일로 규정하지 않은 채 신중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발사체란 미사일까지 포괄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미사일이냐 아니냐를 놓고 논쟁하는 것 자체가 지나친 정치적 공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정보원은 6일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를 통해 “모양을 봐서는 지대지로 보인다”면서도 “미사일인지는 분석 중이기 때문에 답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고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이 전했다. 국정원은 “발사체의 제원, 항적거리, 사거리 등 분석할 게 복잡하고 많아 몇달이 걸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발사체가 ‘북한판 이스칸데르’와 같은 지대지 무기라는 점을 시사했지만, 미사일로 규정하진 않은 것이다.
국정원의 이런 태도는 발사체를 ‘신형 전술유도무기’라고 평가하고, 미사일 여부에 대해선 판단을 유보한 국방부 입장과 비슷하다. 국방부 관계자는 “외형만 보면 북한이 지난해 2월8일 북한군 창설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선보인 ‘북한판 이스칸데르’와 유사하지만 이것이 실제로 발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구체적인 제원과 비행 궤적, 타격 능력 등을 더 분석해야 미사일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북한의 이번 발사 훈련이 “과거처럼 도발적인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도 밝혔다. “대외 압박의 성격은 있지만 비핵화 협상의 판을 깨지 않겠다는 의도로 북한이 수위를 조절하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발사체가 어느 나라의 경계선도 넘지 않았고, 한·미·일 어느 나라에도 위해를 가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이 의원은 전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5일(현지 시각) 메릴랜드주 앤드류스공항을 통해 유럽으로 떠나기 직전 공군 관계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메릴랜드/AP 연합뉴스
미국 정부 역시 이 발사체를 미사일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5일(현지시각) <폭스뉴스> <에이비시(ABC)뉴스> 등에 잇따라 출연했지만, 이를 미사일로 규정하지 않았다. 폼페이오 장관은 외려 “(핵·미사일 실험) 모라토리엄(동결)은 미국을 확실히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북한의 발사체가 금지선을 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은 나와의 약속을 깨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과 통한다.
이는 미국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번 발사체를 미사일로 분석한 것과 대비된다. <시엔엔>(CNN)은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에서 입수한 위성사진을 공개하며 이번 발사체가 단거리 미사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쏜 발사체를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보고 있다”는 미국 정부 관계자의 초기 분석 결과도 전했다.
한·미 정부 당국의 신중한 행보는 북-미 대화의 판을 깨지 않으려는 의도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무력시위에 맞대응할 경우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난관에 봉착한 외교적 접근이 궤도를 이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 모두 북한의 발사체를 미사일로 규정하지 않음으로써 모든 종류의 탄도미사일 발사 중단을 요구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논란을 원천봉쇄하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선 북한이 쏜 발사체가 미사일이냐 아니냐는 논쟁 자체가 소모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발사체는 미사일까지를 포괄하는 개념”이라며 “이를 미사일로 보느냐 마느냐를 두고 다투는 것은 정치적 공방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북한으로선 핵을 내려놓은 뒤 무엇으로 안보를 유지할 거냐는 문제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훈련을, 북한이 안보를 핵이 아닌 전술무기에 의존하겠다는 신호로도 풀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강문 선임기자, 노지원 기자,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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